배우 이채민. /tvN

배우 이채민이 단숨에 ‘라이징 스타’로 도약했다. 제멋대로인 폭군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달려가는 순정남,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까지. 그는 코믹이면 코믹, 로맨스면 로맨스,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연기를 선보이며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폭군 이헌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채민은 “애정이 컸던 작품”이라며 “좋은 작품이기도 했고, 좋은 동료와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라 뜻깊었다. 종영 후 여운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생각보다 큰 관심과 사랑을 주셨다”면서 “어안이 벙벙하고 아직 완전히 실감 나진 않는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채민은 당초 이헌 역을 맡기로 했던 박성훈이 소셜미디어 음란물 게재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채웠다. 촬영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투입됐기 때문에 고충도 많았을 터다. 그는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혼자만의 부담감과 불안감이 있었다”며 “이 시간 안에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동시에 ‘이왕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열심히 해내 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피해를 끼치지 말자고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태프 분들과 감독님, 다른 선배님,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셨다”며 “그 덕에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선배님과 함께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인간적으로, 연기적으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라며 “그것만 다 배워서 가져갈 수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덕에 다음 작품도 잘,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임윤아에 대해서는 “나이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다”며 “제게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주셨기 때문에 저도 불편함 없이 잘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케미가 잘 살고, 서로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공유해주시고, 현장에서도 배려해주셨다”며 “본받을 점이 많아 존경하게 됐다. 배우로서든 사람으로서든 배울 점이 많고 훌륭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헌을 연기하면서 ‘폭군’으로 몰아간 외부 환경보다는, 이헌 그 캐릭터 자체의 내면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채민은 “이헌이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먹는 걸 좋아하고, 천진난만한 인물이라고 봤다. 그런 면들에 외부 입김이 더해지면서 폭군처럼 보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채로운 인물을 표현하는 게 어렵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에겐 입체적인 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채민은 작품 속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고 환희에 가득 찬 표정 연기도 소화해야 했다. 그는 “요리 소재 예능과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을 했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리액션이 다 어려웠다. 좀 부끄러웠던 건 사슴 혀 요리를 먹고 나서 찍은 장면”이라며 “갈대숲에서 앞섬을 풀어헤친 상태로 찍었는데, 찍으면서 NG도 많이 났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반응이 제일 좋았고, 웃기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배우 이채민. /tvN

이 작품으로 자신의 이름 앞에 ‘대세’라는 수식어를 단 이채민은 좋아하는 신을 몇 개 꼽았다.

연지영(임윤아 분)의 음식을 먹은 뒤 그를 끌어당겨 “과인은 너로 정했다”라고 말하는 신, “나의 반려가 되어다오. 아침마다 손수 비빈밥(비빔밥)을 만들어 주마”라고 고백하는 신, 월영루에서 지영을 떠나보내는 신, 현대에서 지영과 재회하는 신 등이다.

그는 “진짜 불사질렀구나 생각했던 건 월영루 신이다. 지영을 보낼 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집중도 잘 됐다”며 “어떻게 나오는지도 생각하지 않고, ‘이 순간이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는 마음 하나로 임했는데 그런 마음이 잘 담긴 것 같다”고 했다.

반대로 아쉬웠던 장면도 있을까. 이채민은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진찬장에서 폭주하는 신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건상 폭주하는 신을 찍고 사초를 꺼내는 신을 찍는 등 이야기 흐름 순서대로 찍지 못했다”며 “저도 열심히 했지만, 나중에 방송으로 보니 제 눈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보이더라. 감정이 더 이어졌으면 좋았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면적, 연기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며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곁에 남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선물처럼 남아서 이 작품을 한 의의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 작품이 잘되면 다음이 더 부담이 클 거라는 말을 들었다”며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수치에 너무 연연하기보단, 어떤 장르든 캐릭터든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 제게는 마음가짐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