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남편이 된 배우 현빈과 호흡을 맞췄던 영화 ‘협상’ 이후 7년 만이다.
손예진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님과는 꼭 같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미리’라는 캐릭터가 분량을 떠나서 임팩트라든지 가지고 있는 게 좀 모호했다”라며 “감독님은 제가 안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오신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제 복귀작이기도 했고 감독님이랑도 하고 싶은데, 내가 이 역을 해야만 한다는 명분을 만들어주셨으면 했다”며 박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미리의 서사를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육아휴직 중이어서 일을 쉬고 있을 때였다. 감독님이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라며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2년 동안 너무 다른 세상에 살아서, 현장에 나가는 기쁨을 알겠더라”라고 했다.
손예진은 이번에 처음으로 박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역시 집요하시고, 하나도 허투루 돌아가는 게 없었다”며 “디렉팅이 ‘멘붕’이었다. 어미와 장단을 고치라고 해주시는데, 사람마다 말투가 다르니까 그걸 바꾸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숙제 검사받는 학생 같은 느낌도 있었고 좋아해 주시면 그렇게 기쁘더라”라며 “하면서 나중에는 익숙해지기도 했고, 더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되고 난 후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손예진은 “연기가 확장된 느낌은 있지만 그런 건 느낌으로 다가온다. 표면적으로 ‘이래서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제 시야가 달라졌다. 전에는 없던 여유가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게 행복하다는 걸 처음 느꼈다”라며 “그런 걸 겪다 보니 일에 대한 소중함도 생기고, 나를 조금 놔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게 연기에서도 묻어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현재까지 총 네 번 봤다는 그는 “박찬욱식의 아주 세련된 유머다. 네 번 봤으면 안 웃길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더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며 관람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어쩔수가없다’는 해고된 직장인 만수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주 개막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으며, 24일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