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세계적인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한국 영화, 괴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 ‘프랑켄슈타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영화를 연출한 델 토로 감독은 그간 다양한 괴수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괴수에 큰 매력을 느낀다”며 “미디어에는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만 보이지만, 사실 삶은 고통스럽고 완벽하지 않다. 괴수는 불완전함에 있어서 성자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완벽하고 밝은 쪽보다는 불완전한 쪽에 초점을 맞춘다”며 “괴수 캐릭터는 사회적·정치적·종교적 상징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우화를 통해 관객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델 토로 감독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하고 한국 감독들과도 친분이 있어 더 흥분된다”며 “부산의 아름다움과 영화제의 규모, 한국 관객들의 취향까지 모든 것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멕시코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술을 좋아하고 혼돈을 좋아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살인의 추억’ ‘괴물’ ‘악마를 보았다’ ‘부산행’ 등 한국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다른 나라의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은 혼돈과 부조리, 시적인 요소와 추악함을 한 영화에 잘 버무린다”며 “존재론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동시에 낭만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큰 힘이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괴물 백과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델 토로 감독은 ‘한국 괴수로도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책 한 권을 번쩍 들어 보이기도 했다. 델 토로 감독이 들어 올린 책은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괴수 애호가’인 그를 위해 선물한 ‘한국 괴물 백과’(곽재식 저)였다.

그는 “아름다운 책을 받아 기쁘다. 한국 괴수를 다룬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정말 돕고 싶다. 제가 정말 미치면 직접 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도 한국 괴수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영화로 제작하기엔 어렵다고 했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은 제가 메리 셸리에 대해 잘 알아서 만든 거다. (전작인) ‘피노키오’도 제가 잘 아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델 토로 감독은 전날 아이맥스(IMAX) 포맷 상영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그는 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 300여 명에게 일일이 사인해주며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행복”이라며 “특히 저를 만나러 온 사람이라면 그들을 위해 저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동명 고딕 호러 소설을 원작으로 둔 작품이다.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 분)이 연구 끝에 새 생명을 창조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영화는 앞서 베네치아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큰 화제를 모았다.

델 토로 감독은 ‘미믹’(1997), ‘악마의 등뼈’(2011), ‘판의 미로’(2006), ‘퍼시픽림’(2013), ‘크림슨피크’(2015) 등을 연출했다. 그는 이후 ‘셰이프 오브 워터’(2017)로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또 첫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2022)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