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고(故)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1960∼2017)와의 인연을 밝혔다.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이 열렸다. 파나히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7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파나히 감독은 “부산에는 6번 정도 방문했다”며 “부산국제영화제에는 1회 때, 아주 오래전 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는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었기 때문에 부산에 오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파나히 감독은 짧은 영화제 일정 동안 김 프로그래머의 묘를 찾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프로그래머는 2017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출장을 갔다가 심장마비로 작고했다.

그는 “특히 김 프로그래머가 계셨을 땐 이란 영화들을 너무 좋아해주셨다”며 “제가 출국 금지로 이란을 떠날 수 없었을 때도 저를 방문해주셨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으로 초청됐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프로그래머는 (사망 전) 칸 영화제에 가기 전에 이란에 있는 저희 집에 방문해주셨다”며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칸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다시 뵐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직접 가서 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여러 영화제 일정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파나히 감독은 “진정 바라건대, 다시 한국에 와서 이곳을 돌아보고 많은 분을 뵐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나 한국의 해산물과 한국의 음식 때문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정부의 계속되는 제작 검열 속에서도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저는 제 자신이 사회적인 영화 제작자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았었다. 그래서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제가 직접 저를 찍었던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영화 제작자들은 언제나 그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저는 그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한편 파나히 감독은 1995년 장편 데뷔작 ‘하얀 풍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후 연출작 ‘거울’(1997)로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 ‘써클’(2000)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2015)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3개의 얼굴들’(2018)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