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담배를 하지 않던 50대 남성이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장기간 과다 섭취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연이 전해졌다.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지난 17일 영국 의학 저널(BMJ)에 실린 노팅엄대병원 신경학과 의료진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사례를 전했다.
영국 노팅엄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씨는 어느 날 갑자기 왼쪽 몸 전체의 감각이 사라지고 균형을 잡지 못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도착 당시 A씨의 혈압은 수축기 254, 이완기 150으로 측정됐다. 정상 혈압 기준치(120/80)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였다.
검사 결과 CT 혈관 조영술에서는 뇌동맥이 경련을 일으키며 좁아지는 ‘가역적 뇌혈관 수축 증후군(RCVS)’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운동과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중계 역할을 하는 시상 부위에서 조직 괴사도 확인됐다. A씨는 우측 시상부 열공성 뇌졸중 진단을 받고 입원해 물리치료를 받았고, 항혈전제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퇴원 후에도 3개월간 외래 진료가 이어졌지만 저림 증상은 남았고 혈압도 쉽게 떨어지지 않아 혈압약을 추가로 복용해야 했다. 의료진은 원인을 찾기 위해 생활 습관을 다시 점검했고, 그 과정에서 A씨가 하루 평균 고농도 에너지 드링크를 8캔씩 마셔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각 캔에는 16온스(약 473㎖)당 카페인 160㎎이 들어 있어, A씨는 하루 평균 약 1.2g의 카페인을 섭취한 셈이다. 이는 성인 기준 하루 최대 권장 섭취량인 400㎎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의료진이 에너지 드링크 섭취 중단을 권고하자 A씨의 혈압은 빠르게 정상 범위로 내려갔다.
에너지 드링크를 끊은 지 3주 만에 A씨는 처방받았던 약 복용을 모두 중단할 수 있었고, 3개월과 6개월 뒤 추적 관찰에서도 고혈압은 완전히 해소됐다. 뇌졸중도 회복돼 다시 업무에 복귀했으며, 8년이 지난 시점까지 추가적인 뇌졸중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첫 뇌졸중으로 인한 왼쪽 감각 이상은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의료진은 에너지 드링크 과다 섭취가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진은 “의료 전문가들은 뇌졸중이나 원인 불명의 고혈압으로 내원한 젊은 환자에게 에너지 드링크 섭취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섭취를 중단하면 관련 문제가 해결되는 사례를 볼 때 이러한 위험은 되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에너지 드링크가 이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8년이 지난 지금도 왼손과 손가락, 발과 발가락에 감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