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지르는 <절규>를 그린 작가로 유명한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년)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망막 질환으로도 고생했다.
뭉크는 원래 왼쪽 눈의 시력이 좋지 않았는데, 67세에 오른쪽 눈에 내부 출혈이 생기면서 고통을 받았다. 주로 쓰던 눈의 시력을 잃으면서 가뜩이나 암울했던 삶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의 눈 상태 변화를 느끼며, 아픈 눈을 통해 본 것을 정확하게 종이에 표현하려고 했다. 당시에 그린 작품 <예술가의 다친 눈과 새의 머리 모양>에서는 왼쪽 눈을 손으로 가리고 오른쪽 눈 시력을 테스트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8년 후에는 왼쪽 눈에도 비슷한 출혈이 생겼고, 눈 안에서 부유물이 떠다니는 증세를 앓았다. 현대의 안과 의사들은 뭉크가 망막 박리와 그에 따른 출혈을 겪은 것으로 해석한다.
뭉크는 눈 질환을 앓을 당시 시야에 보이는 암점을 그림에 그려 놓기도 했는데, 이는 훗날 망막 질환 진단 도구 방식과 유사했다. 1945년 처음 소개된 ‘암슬러’ 격자검사는 수직 및 수평선으로 이루어진 격자로,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병변이 생기면, 가운데에 있는 선들이 찌그러져 보인다. 암슬러 격자는 황반부를 침범하는 망막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자가 진단법으로 널리 쓰인다.
뭉크가 화가로서 아직 초보였을 때, 그의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독일의 안과 의사는 뭉크를 ‘인간 영혼의 훌륭한 해석자’라고 평했다. 당대의 안과 의사로서 뭉크의 망막 질환을 고치지는 못했어도 안목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