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살아 있는 생명체를 복제하는 것은 창조주만 가능한 줄 알았다. 그 생각이 깨진 것은 60여 년 전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존 거든 박사는 개구리 알에서 핵을 제거하고 다른 개구리 창자 세포의 핵을 이식해서, 복제 개구리를 여럿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생명체의 분신 개념을 상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오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거든 박사는 그 실험 50년 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이 획기적 기술의 결정적 발전은 영국 에든버러대 이언 윌머트 박사의 복제 양 돌리 탄생이다. 공여자의 핵으로 본래 세포의 핵을 갈아치우는 체세포 핵치환술을 사용했기에 유전형질이 핵을 제공한 개체와 100% 똑같은 진정한 복제였다.

그런데 돌리가 폐렴으로 예상보다 일찍 죽자, 조기에 노화가 왔기 때문이라며 복제 생명체의 수명 한계설이 부상했다. 늙은 공여자의 핵에는 퇴행적 DNA 손상이 누적되어 있고, 수명 길이를 암시하는 텔로미어도 짧아져 있기 때문에, 다 자란 세포의 핵으로 복제를 할 경우 그 생명체는 단축된 수명을 가질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연이은 복제 실험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늙은 개체의 핵을 복제에 사용해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수명을 가진 개체가 태어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늙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운명론에 근본적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자신과 꼭 같은 개체를 만들어 승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수명 연장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이건 축복인가 불행의 시작인가. 어찌 됐건 복제 연구로 노화는 비가역적 퇴행이라는 원칙이 깨지는 혁명적 전환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