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는 1950~60년대 가장 사랑받은 배우인자 대중예술인이었는데 불우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다 일찍 생을 마감했다. /출처=마릴린 먼로 공식 인스타그램

# 내가 어렸을 적 좋아한 배우 중에 마릴린 먼로(1926~1962)가 있다. 20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이자 ‘섹스 심볼’로도 유명했던 그녀는 평소 불면증에 시달렸고 항상 옷을 홀딱 벗고 잤다고 한다.

실제로 옷을 벗고 자면 피부와 신체를 쾌적하게 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몸이 자연 그대로 상태가 되면 대사 증진, 혈액순환 개선, 호르몬 균형, 피부 및 생식기 건강 증진 효과를 가져오며, 이런 편안함이 뇌에도 전달이 돼 심신이 함께 편해진다는 것이 수면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복잡한 세상이다. 24시간 머리를 혹사하는 바람에 불면증 환자도 크게 늘어났고, 잠을 잘자게 만드는 ‘수면산업’도 번창일로다. 쾌적한 숙면을 위한 베개, 메트리스, 이불, 수면안대, 조명, 소음차단기구 등 별의별 상품들이 개발됐다.

숙면의 핵심은 마음이 쉬는 것이다. 마음이 쉬려면 신경생리학적으로 몸의 교감신경계를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계가 나서도록 만드는 것이요, 뇌과학적으로는 공포, 불안 등 부정적 감정 등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안정화되고, 긍정적 정서를 이끄는 내측 전전두피질(mPFC)이 활성화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릴린 먼로가 불면증과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극복 못하고 결국 수면제·진통제 과다복용(약물중독)으로 사망한 것은 그녀의 엉클어진 신경계를 쉬게 만드는 데 나체수면이나 약이 너무나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해준다.

#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불면증과 싸워 이기려면 우선 내 몸 상태부터 알아야 한다. 마음이 쉬지 못할 때 나타나는 내 몸의 증상이 무엇일까. 몸이 전해주는 신체적 신호를 알아야 잘 대처할 수 있다.

좀 다혈질 성격인 내 경우는 마음이 복잡해지면 가슴이 꽉 막히거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심장도, 호흡도 빨라진다. 전체적으로 몸이 굳고 뻐근해지며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곤 한다. 몸은 더워지고 열이 나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사람마다 성격·체질이 달라 각자 신체적 징후가 다른데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내장으로 내려가 소화불량이나 과민성대장염으로 고생한다.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워지는 이가 있는가하면 몸이 으슬으슬 춥거나 오한이 나는 사람도 있다.

‘물태우’로 불리며 성격이 유했던 노태우 전대통령은 당시 연합정부를 구성해 함께 일하던 차기 대선주자 김영삼 전대통령과 면담하고 나서는 늘 속이 편치 않고 설사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자기 몸 상태를 스스로 잘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20년전 내가 알던 사람은 소화가 안돼 병원에 갔더니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얼마 후 사망했다. 당시는 내시경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암 덩어리들이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확산돼 엄청난 통증이 있었을 텐데도 본인은 전혀 모르고 지낸 것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불면증 환자들이 늘어나자 쾌적한 잠자리를 모토로 숙면을 보장하는 제품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출처=셔터 스톡

# 마음이 힘들 때 나타나는 몸의 신호를 잘 알아야 하듯이, 마음이 쉴 때 나타나는 몸의 신호도 알아야 한다. 내 경우는 우선 가슴이 뻥 뚫리거나 속이 후련해진다. 호흡도 편해지고, 기분 좋은 노곤함도 온다.

더 좋은 상태가 되면 가슴에 ‘설렘’이 찾아온다. 어렸을 적 소풍가기 전날 느꼈던 그 설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마음이 사막처럼 바짝 마르지만 그것을 벗어날 때는 마치 봄비처럼 설렘이 찾아와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마음이 편해질 때 나는 트림이 나온다. 보통 식후나 속이 안좋을 때 위에서 가스가 구강(口腔)으로 역류하는 생리적 현상인데, 나는 일이 잘 풀릴 때, 어떤 문제가 해결될 때, 심지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내가 한 일이 만족스러우면 트림이 나온다.

말하자면 트림은 내게 상황이 좋게 전개된다는 것을 알리는 전조(前兆) 신호요, 심신이 이완되고 편해진다는 시그널이다. 이런 날은 100% 잠을 잘 잔다.

모름지기 신체가 주는 신호에 민감해야한다. 분자생물학적 차원에서 보면 우리 신체를 이루고 있는 60조개 세포는 수억년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은 승자이자, 생존의 귀재들이다.

특히 만물의 영장을 만들어준 1280억개 뇌신경세포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서로 교신하며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해 우리 생존과 안녕의 최적 선택을 하느라 부단히 일하고 있다.

그런 신체가 주는 신호를 무시하거나 왜곡시키는 장본인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불면,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무수한 질병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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