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년). 그는 43세에 요절하여 작품을 37점밖에 남기지 못했다. 1년에 두 점 정도를 그렸는데, 아이는 11명 낳았다. 진주는 그림 21점에 등장한다.
이 그림은 여러 이름으로 전해지다가 20세기 말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자리 잡았다. 소녀가 머리에 쓴 것은 동양 터번이라고 한 장식이다. 검은 배경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소녀의 시선과 눈망울에서 묘하면서도 선한 친근감이 느껴진다. 그림을 북유럽의 모나리자라 부르는 이유다.
페르메이르는 갑자기 쓰러지며 앓아 누운 지 반나절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정황상 심장 발작이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흔히 하트 어택(heart attack)이라고 하는데,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다. 이용구 한양대구리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의학계에서는 이런 경우 급성 심정지(sudden cardiac arrest)라고 한다”며 “목격자가 있는 경우 증상 발현 후 1시간 이내에 심정지에 이르거나, 목격자가 없다면 24시간 전까지 무사한 것이 확인된 사람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원인은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 질환이 압도적으로 흔하다. 35세 이하에서는 원인 미상 부정맥 심실 빈맥도 많다. 전체 급성 심정지 환자의 50%가 심정지가 첫째 증상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예고 없이 찾아온다. 조용히 있는 게 무서운 법이다.
이용구 교수는 “전형적 증상인 흉통은 주요 관상동맥의 70% 이상이 좁아져 있어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전까지 무증상인 경우가 흔하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수면 무호흡증, 비만, 심방세동, 심비대증 등이 있는 경우는 관상동맥 경화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요즘 남자들도 우아함을 드러내느라 진주 목걸이나 귀걸이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페르메이르가 강심장이었다면 ‘진주 소년’을 그렸지 싶다. 어찌 됐건 진주는 어두워야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