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관은 입에서 항문까지 연결된 통로이므로 위나 소장 속은 몸의 바깥 쪽입니다. 음식물이 흡수되기 전까지는 몸 속에 들어왔다고 할 수 없지요. 소화와 흡수는 소화기 표면에서 이루어집니다. 음식물을 씹는 것은 소화효소가 작용하는 표면을 넓히는 작업입니다. 소장은 흡수를 위해 주름과 융털 돌기 등으로 표면적을 넓혀서, 넓이가 자그마치 200여 ㎡인 테니스 코트와 맞먹습니다.
요리사의 칼질은 씹는 것을 도와주고, 끓이는 것은 소화효소 작용을 돕습니다. 불과 요리는 소화율을 높여 잉여 에너지로 큰 뇌를 갖게 했고, 식사 시간을 줄여서 문화와 문명을 발달시킬 여유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잘 요리된 음식이 구강 구조에는 해를 끼쳤습니다. 소고기마저 살살 녹게 요리하면서 치아가 약해진 것은 물론 부정 교합도 늘었고, 맨 안쪽의 어금니는 퇴화되어 천대받는 사랑니가 되었지요.
음식을 꼭꼭 씹으면 소화호르몬인 콜레시스토키닌이 뇌의 포만 중추를 자극하여 식사량을 줄입니다. 꼭꼭 씹느라 느려지는 식사는 흡수된 영양소가 지방으로 쌓이는 것도 막지요. 씹으면서 섭취 에너지의 일정 부분을 쓰게 되니 그 자체로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광고에 나오는 “부먹이나 찍먹보다 꼭먹이지”라는 말은 생리학적으로 맞아 보입니다. 꼭꼭 잘 씹으면 소화와 식사량 조절에도 도움이 되지만,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이 재생되는 등 뇌 건강에도 좋습니다. 해치우듯이 번개처럼 먹지 말고 맛을 즐기며 꼭꼭 씹어 먹어야 건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