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 재단

미국 화가 키스 해링(1958~1990년)은 에이즈(AIDS)에 걸려 서른 한 살에 요절했다. 뉴욕 거리 미술가로 유명해졌고, 인종과 동성애 차별에 맞서 싸운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간결한 선과 강렬한 원색으로 재치와 유머 넘치는 그림을 그렸다. 뭘 그리든, 작품은 유쾌하다. 어린 시절 낙서를 그리고 아무 데나 붙여 놓기를 좋아했는데, 어머니는 키스가 그린 낙서를 냉장고에 붙여 놓고 감상했다고 한다. 낙서 버릇은 뉴욕으로 이어져, 거리가 캔버스가 됐다. 기어다니는 아기를 형상화한 <빛나는 아기>는 에이즈에 걸려 합병증에 시달릴 때 연작으로 그린 작품이다. 죽음이 다가오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여러 편을 완성했다.

1981년 여름 어느 날, 미국에서 남성 동성연애자들에게서 기이한 질병이 다수 발견됐다. 면역이 떨어진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희소한 폐렴과 특수 암 카포시 육종이었다. 그게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에이즈의 시작이었다. 에이즈는 HIV 감염으로 면역 세포가 파괴돼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HIV 는 체내로 들어와 면역반응을 파악하고 숨어 지낸다. 그 사이 바이러스 증식을 늘려서 면역 세포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기에 무서웠다.

인류는 백신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효과적 항바이러스제는 만들었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에 한 번 한 정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HIV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며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약물을 투여하면 이제 에이즈로 사망할 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 방식으로 전파도 줄였다.

1980년대 서울의 한 여고에는 별명이 ‘에이즈’인 선생님이 있었다고 한다. 훈육이 너무 무서워 “걸리면 죽는다”고 해서 그렇게 별명을 붙였단다. 이제 에이즈는 걸리면 죽는 병이 아니다. 약 먹으면 관리할 수 있는 만성 질환이 됐다. 요즈음은 죽음보다 출생이 더 근심이다. <빛나는 아기>가 더 빛나 보이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