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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심한 기침이 나오거나 가슴에 통증을 느끼던 30대 여성이 있었다. 그러다 며칠 후면 증세는 사라졌다. 어느 달은 통증이 너무 심해 응급실을 찾았다. 흉부 엑스레이를 찍으니 기흉이 보였다. 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폐와 늑막 사이에 쌓인 상태다. 원래는 없어야 할 쪽에 공기가 차면서 늑막 마찰로 통증이 생긴다. 기흉은 흉곽 내 공기 압력 차이가 큰, 키가 크고 마른 젊은 남성에게서 흔히 생긴다. 그런데 아담한 체형의 이 30대 여성에게 왜 기흉이 생겼을까.

진단은 30~40대 가임기 여성에게 자주 발생하는 ‘월경성 기흉’이다. 자궁내막 조직이 뜬금없이 폐에 존재해 출혈을 일으킨 것이다. 자궁내막은 자궁 안쪽에 있고 호르몬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조직이 증식하고 탈락하면서 월경(생리)을 한다. 이 자궁내막이 자궁 외에서 증식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흔하기는 자궁 근육 안쪽에 뭉쳐 있는 자궁선종이다. 자궁에서 나팔관을 타고 역류돼 복강 내에서도 발견된다. 드물지만 늑막 또는 폐 안에서도 발견이 되는데, 이런 경우가 월경 주기에 따라 기흉·혈흉·객혈이 생기는 월경성 기흉이다. 치료는 흉곽 안으로 내시경 장비를 넣는 흉강경 수술로 해당 부위를 제거하는 식으로 한다.

반복적인 기흉으로 고생한 끝에 월경성 기흉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잦다. 국내에서는 드문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서 제법 발견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월경성 기흉이 많을 수 있다. 생리를 하는 여성에게서 기흉이 생겼고, 생리통이 심하다면 월경성 기흉인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