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하고 나서 우울증을 경험한 산모가 절반(53%, 202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이를 정도로, 산후우울증은 흔합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10개월간 자궁에 품고 있다가 세상으로 내보내 아기와 만났는데, 엄마는 왜 우울한 걸까요?
여기에는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엔도르핀의 묘수가 숨어 있습니다. 태아가 머무는 태반은 엔도르핀을 분비해 영양분을 태아 쪽으로 많이 오게 합니다. 태아가 엔도르핀을 이용해 엄마를 기분 좋게 만들면서 자기 건강을 챙기려 엄마를 속이는 것입니다.
그러다 아기를 낳으면, 태반과 함께 엔도르핀도 사라져 엔도르핀에 젖어 있던 엄마는 아편중독자가 금단 현상을 겪듯이 산후우울증에 빠집니다.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아기가 젖을 빨면 엄마의 뇌에서 옥시토신과 함께 엔도르핀이 다시 분비되어 산후우울증이 완화됩니다.
이 와중에도 아기의 목적은 엄마의 건강이 아니라 젖이라는 것이 얄밉기도 합니다. 임신 기간 산모에게 고혈압 고혈당이 생기는 임신중독증도 태아가 자기에게 영양분이 잘 공급되도록 엄마의 혈압과 혈당을 높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엄마의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하는 또 다른 자극은 피부 접촉입니다. 끊임없는 피부 접촉을 통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엄마와 아기는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들은 피부 접촉을 통해 서로 엔도르핀을 선물합니다. 털 대신 옷을 입고 있는 인간은 피부 접촉으로 얻는 엔도르핀의 양이 원숭이에 비해 적습니다. 대신 인간은 웃음으로 엔도르핀을 보충합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어울려 많이 웃고, 스킨십도 많이 하세요. 엔도르핀이 넘칩니다. 고려대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