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개나 고양이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주면 먹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음식이 차가우면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은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냄새로 판단합니다. 그러기에 후각은 생사가 달린 감각입니다.

갓 태어난 새끼가 어미의 젖꼭지를 어떻게 찾을까요? 아직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태지만, 후각만은 발달했기에 냄새로 젖꼭지를 찾습니다. 동물의 코가 촉촉한 이유는 후각 기능을 유지하려는 것입니다.

사람도 후각이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후각이 떨어지면 식욕이 줄고, 우울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콧속에 국소 마취제를 뿌리는 식으로 후각을 마비시켜 식욕을 떨어뜨리는 비만 치료도 나왔습니다.

뇌신경은 대부분 몸 안 깊숙한 곳에 있는데, 유독 후각 신경만 몸 바깥인 코점막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증상 중 하나가 후각 상실인 것처럼, 후각 신경은 바이러스 등 외부 자극에 손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각 상실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치매는 뇌에 쌓인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때문에 기억 상실과 인지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문제일 교수팀은 지난해 치매 환자의 후각 상실 원인을 규명해 뇌 병리학지에 보고했습니다. 뇌에서 후각 정보를 처음 받아들이는 후각 사구체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것을 처음 밝혀냈습니다. 나이 들어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겠다고 하면, 치매 발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