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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깡통, 매릴린 먼로, 마오쩌뚱을 그린 팝 아트 창시자 앤디 워홀(1928~1987년). 그는 미국 뉴욕에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다음 날 숨을 거뒀다. 그의 나이 59세였다.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작가의 황망한 죽음인지라, 의료 사고 논란이 제기됐다. 훗날 워홀의 상태가 간단치 않았음이 알려졌다. 워홀은 십 수년간 담낭에 문제가 있어서 진작에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병원이 무서워 수술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 사이 담낭은 염증과 농양으로 문드러진 상태가 됐다.

워홀의 아버지도 담낭염으로 세상을 떴으니, 집안에 유전성 담낭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의사는 워홀에게 담낭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저지방 식단을 권했지만, 워홀은 초콜릿과 견과류 등 고지방 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정윤경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담고 있는 물풍선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가 지방질 음식이 들어오면 소화를 위해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짜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담낭에 손상이 생기면 그런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어 담낭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된다”며 “담석증 악화를 막으려면 고칼로리, 고지방 식이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홀이 병원을 두려워한 것은 각종 질병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본다. 8세에 신경 기능 이상으로 팔다리가 멋대로 움직이는 무도병에 걸려 고생했다. 29세에는 코 피부 종양으로 성형수술을 받았다. 40세에는 총격을 받아 응급실에서 사망 선고가 나올 정도로 중태였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배 여러 곳에 수십 바늘의 봉합 자국이 있다. 그럼에도 워홀은 특유의 발랄한 그림을 이어갔다.

앤디 워홀이라는 이름은 가명이고, 트레이드 마크 은빛 머리카락은 가발이다. 장례식은 만우절에 열렸다. 인생이 팝 아트 같다. 황망히 죽지 않았다면, 영정 사진도 팝 아트풍으로 만들어 놨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