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모처럼 온 가족이 얼굴을 직접 마주 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진자 신규 발생도 주춤해졌고, 가족 모임을 제한하는 거리 두기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령자와 말할 때는 공동 관심사가 적어 대화가 금세 시들해질 수 있다. 청력 문제로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힘들어 할 수도 있다. 고령자와 대화하는 요령을 알면, 이야기가 더 즐거워지고, 질병 징후도 포착할 수 있다.
◇고령자가 좋아하는 이야기
그들은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기를 산다. 현역 시절 일이나 어린아이 키운 얘기를 좋아한다.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화제 삼는 것도 대화를 풍성하게 한다. 지역 명소나 추억의 음식 등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고령자는 대개 즐거웠던 것보다 고생해서 살던 일화를 말할 때 더 신나 한다. 애들 키우며 힘들었던 일화들, 사업이 망했다가 일어선 스토리, 이리 저리 이사 다니며 힘들었던 과정은 끝이 나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다만, 본인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을 무리하게 꺼내선 안 된다.
요즘 관심에 빠져 있는 취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나이에 관계없이 선호된다. 그들이 직접 만든 서예나 그림을 근사하다고 말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칭찬은 노인도 춤추게 한다. 대화 거리가 떨어졌을 때는 최근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화제가 되는 건강법을 대화 거리로 올리면 무난하다. 날씨 얘기를 꺼내서 기온이나 계절 변화를 잘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그런 변화를 잘 모르거나, 다소 엉뚱한 계절의 행사를 말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진 상태로 볼 수 있다.
◇고령자와 말하는 방식
이야기를 나눌 때는 같은 높이서 눈을 마주치고 살짝 미소를 띤 얼굴이 좋다. 고령자의 말을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조언을 하거나 경험을 말할 때는 “참고하겠습니다”라고 반응을 보여야 한다. 고령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그런 감정은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일상생활을 활기차게 만든다. 예전에 나눴던 대화 내용을 떠올려 “그거는 어떻게 됐습니까?”라고 묻는 것도 권장된다.
청력이 떨어진 이에게 빨리 말하면 대화 내용을 이해 못 할 수도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환서 전문의는 “노인성 청력 장애가 있으면 중저음 톤의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야 잘 알아듣는다”며 “단어의 첫 글자 자음만 명확히 말해도 대화 내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처음 한 말에 고령자가 못 알아듣고 “뭐라고?”라고 자꾸 되묻게 되면 고령자가 불안해하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기에, 처음부터 천천히 듣기 쉬운 말로 말하는 것이 좋다.
노인과의 대화 기술을 전파하는 홍명신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는 “노년기에는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 무엇을 남길지를 걱정하기 때문에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자주 줘야 마음이 평온해진다”며 “설사 같은 내용을 반복하더라도 답답해하지 말고 이분이 지금 인생 회고 모드에 들어갔구나 생각하면서 살아온 인생의 핵심 가치를 찾도록 자녀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년기는 주변 인물과 자신감이 사라지는 상실의 시기다. 자신의 몸도 제 맘대로 안 되면서 실망감을 느낀다. 홍명신 대표는 “고령자와 대화할 때는 ‘이렇게 할까요?’ ‘저렇게 할까요?’ 선택권을 주고 본인이 선택한 것을 우리가 따른다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