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며,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며, 성격이 운명 된다.’
요즘 마음이 힘든 시대가 되다보니 주변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글귀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 글은 원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란 자조론(自助論)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작가이자 정치개혁자 새뮤얼 스마일스(1812~1904)가 쓴 것인데 마거릿 대처(1925~2013) 전 영국총리가 평생 삶의 경구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대처는 어렸을 적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 말을 거울삼고 자신을 다스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을 뿐아니라 ‘철의 여인(Iron Lady)’이란 별명에 걸맞게 쇠락한 영국을 다시 일으킨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같은 범인들도 스스로 좋은 성격과 성품의 소유자이기를 원한다. 자기 개성을 살려 나답게 살면서도 주변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자기 일을 즐기며 좋은 성과를 나타내는 사람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MBTI와 같은 성격검사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 미 샌프란시스코의대 메이어 프리드만 교수 연구팀에 의해 ‘급하고 화 잘내는 성격(A타입)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이후 1960년~1990년대까지 B・C・D타입 등 성격과 질환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논문들이 봇물처럼 발표되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 질수록 성격에 따른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자신의 성공 뿐 아니라 건강·웰빙에 직결된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박스 참조>
A타입 성격은 급한 만큼 일 욕심도 많아 일반적으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사표시가 분명하며 추진력도 강하다. 그러나 늘 긴장하는 스타일이라 심장질환에 걸린 확률이 가장 높다.
B타입은 ‘성격 좋은 호인형’이라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으며, 주위사람들의 인기도 좋다. 그러나 힘든 일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일에 대한 성과는 A타입에 뒤지는 편이다. 자기절제가 강하지 않아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C타입은 참을성이 많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로 조직사회에서 ‘좋은 일꾼’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자기 생각·감정을 표출하는 쪽이 아니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르기 때문에 암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은 타입이다.
D타입은 매사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편이라, 주변 친구가 적거나 소외될 수 있다. 또는 정치적으로 극우나 극좌를 택할 수도 있다. 늘 화·불안·두려움·미움 등 부정적 감정 속에 살다보니 암·심혈관·당뇨·대사질환·만성피로·우울증·알레르기 등 거의 모든 병에 취약하다. 40대 조기급사 확률이 가장 높다.
# 그러나 인간의 성격은 복합적이다.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하게 섞여 있을 수 있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른 성격이 표출될 수도 있다. 예컨대 아무리 성격 좋은 호인이라도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하면 ‘적대적인’ D타입이 될 수 있다.
또한 마음의 세계는 복잡해 자신의 실제 욕망이나 성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는 내면의 욕구와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압하면서 살도록 강요받고, 일상화 됐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로 따져보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부분 A타입인듯 싶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모두 일 욕심이 많고 추진력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이중 박정희는 ‘빨리빨리’ 급한 기질을 국가발전과 접목시켜 비록 철권통치는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공을 이룩했으며, 김대중은 청년시절 가진 정치적 야망(A타입)에 이후 인고(忍苦)의 세월을 겪으면서 숙성시킨 인내심(C타입)이 이상적으로 결합돼 이 나라에 민주화를 이뤘다고 본다.
B타입에 딱 맞는 대통령은 없지만 문재인에게서 B와 C타입이 섞인 모습이 발견된다. 성격 좋은 호인형이면서 어려운 일에 앞장서지 않는 쪽에선 B타입, 참을성이 많고 자기주장을 잘 하지 않는 데서 C타입이 느껴진다.
전형적인 C타입은 노태우일 듯 싶다. 육사동기생 전두환 밑에서 항상 2인자로 있으며 묵묵히 참고 ‘보좌’해오다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자기의견이 없다보니 민주화 과도기에 주변 여론을 충실히 경청해 오히려 민주화과정을 순조롭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고 본다.
D타입으로는 대통령 된 후 박근혜 모습이 연상된다. 원래 성품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나 대통령 된후 사람도 안만나고, 믿지 못하며, 독선적으로 정치를 해온 부정적인 모습이 대부분이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D타입적 성격이 발현된다. 박근혜는 어린 시절부터 일반인과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성인이 된 후 너무나 힘든 환경 속에서 버티다보니 D타입 성격이 지배적이 된듯 싶다.
# 과연 어떤 성격이 내게 가장 좋을까. 예전엔 ‘성격은 타고난 천성’이라 고칠 수 없다고 했지만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뇌과학 등에 따르면 후천적 환경과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뇌의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외부의 자극과 경험, 학습에 따라 뇌의 신경회로 구조가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어떤 생각·감정·행동이 반복되면서 신경세포들의 결합으로 새로운 신경회로가 형성된다, 비유하자면 뇌에 작은 길이 생기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긍정적으로, 부정적 생각을 하면 또 부정적으로 회로가 만들어진다.
결국 생각→말→행동의 반복이 습관을 낳고 이것이 다시 성격→운명으로 발전하듯, 우리 뇌에도 작은 길이 생기다가 점차 큰 길이 되고 나중에는 고속도로 같이 뻥뚫린 길이 생기는 것이다. 대처 전 영국총리가 일생 삶의 태도로 지켜온 경구가 21세기 뇌과학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셈이다.
나이 60을 넘어서도 작은 일에 벌컥하는 나를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백년장수시대’로 따지면 아직도 살아야 할 긴 세월이 남아 있다. 나도 ‘급하고 화 잘내는’ 내 성격을 고치고 싶다. 행복은 궁극적으로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마음)에서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