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틀라스는 하늘과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 동상이나 조각을 흔히 볼 수 있다. 아틀라스는 거대한 신의 종족 티탄에 속했다. 제우스와 티탄의 싸움에서 아틀라스는 제우스를 상대로 싸웠는데, 티탄이 제우스에게 패하자 아틀라스는 그 벌로 대지의 서쪽 끝에 서서 하늘을 떠받드는 형벌을 받는다. 그게 아틀라스 동상의 기원이다.
아틀라스는 척추뼈 이름으로 쓰인다. 목뼈(경추) 7개 중에서 맨 위에 있는 뼈가 아틀라스다. 한자어로는 환추(環椎)다. 척추뼈 최상단에서 두개골을 떠받치고 있다. 그 모양새가 그리스 신화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경추 1번을 아틀라스라고 이름 붙였다.
아틀라스는 다른 척추뼈와 달리 편평하고 넓다. 맷돌 아랫돌처럼 두개골에 밀착해서 머리가 움직일 때 두개골이 너무 크게 회전해 이탈하는 것을 막는다. 궁극적으로 뇌를 보호하는 역할이다.
아틀라스를 포함해 경추 7개는 무게 약 5kg의 머리를 평생 이고 살아가야 할 운명이기에 C자형 커브를 유지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물리학적 구조다.
이 절묘한 형태를 무너뜨린 게 200g도 안 되는 스마트폰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려고 고개를 처박는다. 목뼈 정렬이 앞으로 쏠리면서 거북목이 된다. 경추 위아래를 단단히 붙잡아 주던 인대와 근육이 늘어나면서 느슨해진다. 그 틈으로 목 디스크가 튀어나와 척수 신경을 누른다. 2000년대 후반 목디스크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스마트폰이 등장한 시기와 같다. 특히 20~30대 환자가 크게 늘었는데, 인대와 근육이 튼실한 젊은 사람들의 목디스크 증가는 스마트폰 과사용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새로운 문명은 새 질병을 낳는 법이다.
직립 인간이 목디스크 형벌을 피하려면 아틀라스를 본래 위치로 돌려놔야 한다. 스마트폰은 항상 눈높이에서 보라는 게 아틀라스의 하소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