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희 울산의대 강릉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생아실에서 커가는 미숙아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다. 그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할 때 그림을 가족에게 선물로 나눠 준다. 지금까지 인공호흡기 하는 아기, 모유를 처음 빠는 아기 등 15점의 그림을 부모에게 선사했다. 2017년에는 병원 갤러리에서 이른둥이 그림 전시회도 열었다. 그의 전문 분야는 미숙아 치료 신생아학이다.
“왜 미숙아 그림을 그리냐?”고 묻자, 오 교수는 “길게는 5개월 이상 신생아실서 부모 없이 홀로 입원 치료를 받던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서 가족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하다”며 “아기가 투병하는 과정을 밖의 가족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할 때가 있어서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화실을 다니며 실기를 익혔다.
이른둥이 미숙아는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로, 폐와 장, 혈관 등 조직과 장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괴사성 장염, 미숙아 망막증 등 많은 합병증에 시달린다.
“한 아기가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을 두 차례 했는데, 장이 다 망가져서 세 번째 수술을 해야 하나 막막했어요. 의료진도 부모도 포기하려고 했죠. 그런데 다음 날 아기를 보니, 염증으로 뭉개진 장이 많이 아물어 있는 거예요. 아기들은 저렇게 살려는 의지가 강한데, 내가 무슨 생각을 했단 말인가 싶었어요. 많은 위기가 닥쳐와도 경이로운 생명력을 보이며 이겨내는 이른둥이를 지켜보면서 내가 되레 배우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됩니다.”
오 교수는 “미숙아 부모들은 아이를 제대로 안아 보지도 못하고 생이별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며 “자책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심한 경우 부모 간 갈등이 심각해져서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가 있으니, 미숙아 가정에도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둥이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도 고마운 것이기에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하는데 지방의 24시간 교대 신생아실 근무를 기피하여 의료진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해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