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도 함부로 쓰면 부작용이 있기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의사는 충분히 공감하고 타당성이 있다고 봐야 처방하게 된다. 그 공감에는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 있고, 의사 근무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 국립 과학연보 학술지에 의사 근무시간에 따른 진통제 처방 패턴을 조사한 논문이 발표됐다. 연구진은 미국과 이스라엘 병원 응급실에서 수집한 전자 의무 기록 1만3482건을 갖고 의사들의 진통제 처방 패턴을 분석했다. 환자들이 같은 정도의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밤 당직 근무로 수면 부족이나 피로를 겪은 의사들의 진통제 처방률은 낮 근무 의사들보다 20% 이상 줄어들었다. 처방한 진통제 개수도 세계보건기구 권장량보다 적었다. 고혈당이나 고혈압 등 다른 증상에 대해서는 밤과 낮 근무 의사 간 처방 패턴 차이가 없었다.

야간 당직 시간에 진통제 처방률이 낮아지는 것은 아마도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많고, 잠도 부족하다 보니,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새벽 시간에 본인은 졸려 죽겠는데, 환자가 잠 안 온다며 수면제 달라고 하면, 의사가 불면을 공감하면서 처방전을 내진 않을 것이다.

영국 의학회지에 발표된 또 다른 논문에서는 의사들이 자기 생일 저녁이나 밤에 수술하는 경우, 주의력이 산만해져서 수술 성적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환자가 저간의 사정을 알고 진료받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과 사람 관계 속에서 진료가 이루어지다 보니, 처한 상황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차이를 줄여야 하기에 이런 논문이 국립 학술지에 실렸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