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약국./연합뉴스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촉진해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 이 밖에도 세포 성장, 분화, 혈관 및 면역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타민D가 암을 예방해 주고 건강 상태를 개선해서 장수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비타민D는 주로 자외선을 받아 피부에서 만들어지고 음식에는 없어서, 영양제나 주사제 형태로 많이 나와 있다.

최근 저명한 국제 학술지 랜싯(Lancet) 내분비 편에 비타민D 정기 투여가 암 발생 및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호주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일반인 2만1315명을 대상으로 했다. 무작위로 절반 나눠서, 비타민군은 6만 단위 비타민D 캡슐을, 대조군은 가짜 약을 한 달에 한 번씩 5년간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비타민군이 비타민D 체내 평균 농도가 확실히 높았다.

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하지만 연구 기간 비타민D군에서는 총 520명(4.9%)이 사망했고, 가짜 약군에서는 488명(4.6%)이 사망했다. 양쪽 간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암 사망률에도 차이가 없었다. 비타민D가 몸에 충분히 축적된 후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비타민D를 2년 이상 투여받은 대상자만 분석한 경우에는 오히려 비타민D군 전체의 사망률이 24%포인트 높았다.

각종 영양제가 이론상으로는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제 임상 연구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비타민D도 그런 셈이다. 비타민D가 부족하다면, 정기적 투여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건강한 사람이 단순히 영양제 목적으로 비타민D를 복용하는 것은 암 발생 예방이나 장수에 큰 득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