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남녀 모두에게 셋째로 흔한 암이다. 곡물, 야채나 과일에 함유된 식이 섬유를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을 예방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식이 섬유를 섭취하면 사망률이 낮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의사협회 종양 편에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대장암 진단을 받은 미국인 1575명을 평균 8년간 추적 조사하고, 대장암에 의한 사망과 전체 사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 773명이 사망했고, 이 중 174명은 대장암 재발로 사망했다. 식이 섬유 섭취량을 하루에 5g 늘릴수록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은 22%, 전체 사망률은 14%를 낮출 수 있었다.

식이 섬유 중에서 곡물 섬유가 가장 효과적이어서,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 33%, 전체 사망률을 22% 낮췄다. 야채 섬유는 전체 사망률만 17% 낮췄고, 과일 섬유는 뚜렷이 효과가 없었다. 곡물은 현미와 같이 전곡(whole grain)을 하루에 20g 이상 더 섭취한 경우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이 28% 낮아졌다.

식이 섬유는 대변을 희석하고 신속히 배출시킴으로써, 장 세포가 각종 암 유발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여 준다. 장내 세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일부 발효 성분은 항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장암 발생을 줄인다. 아울러 식이 섬유는 인슐린 반응성을 높여서 비만을 막는다. 혈관 내피 세포 기능도 개선해 대사 및 심혈관 기능도 좋아진다. 대장암 예방은 물론 대장암 사망을 줄이려면 현미와 같이 식이 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