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경기도 일산 한양대 명지병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앞에는 코로나를 앓고 난 환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들 마스크를 꾹 눌러 쓴 채 기운이 없는 듯 의자에 몸을 기댔다. 어떤 이는 기침을 계속했고, 휠체어를 탄 이도 있고, 자식 손에 이끌려 온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감염자 1300만명. 한국인 넷 중 하나가 확진자로 격리됐다가 해제된 상황이다. 각종 후유증이 지병을 악화시켜 중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니 코로나19 관리를 끝까지 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격리 해제 후 발견되는 폐렴
82세 여성 유모씨는 최근 코로나에 걸려 재택 치료를 받다가 격리 해제됐다. 기침과 미열이 남아 있어서 폐 CT를 찍었더니 폐렴이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점차 상태가 안 좋아져 95% 이상이어야 할 산소 포화도가 80%대로 떨어져 코로나 전담 병원 집중 치료실에 입원했다.
이처럼 격리 해제 후 뒤늦게 발견되는 폐렴이 많다. 격리 기간 의료 기관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조기 발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장혜진 명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0세 남성 확진자도 고열이 있어 검사해보니 양측 폐에서 폐렴이 발견됐다”며 “재택 치료 기간 발열 증세가 심했거나 미열이 계속됐던 고령자는 폐 CT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는 격리 해제 후 287일 만에 호흡곤란이 심해진 것 같다며 온 이도 있었다. 이런 경우, 장기 후유증으로 폐 조직이 딱딱해지는 폐섬유화증이 의심되어 폐 CT 검사로 확인한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호소하는 후유증은 기침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오미크론은 주로 인후염과 폐 상부 쪽 기관지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하는 증세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호흡 이상, 두통, 피로, 전신 쇠약 등도 코로나를 앓고 난 사람들이 많이 호소하는 증세다.
최근 영국의학협회 학술지는 “코로나 감염 이후 회복기에 면역계와 신경계 질환이 유의미하게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900만 감염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감염 21일 이내 안면신경마비, 뇌척수염, 호흡부전 길랭·바레 증후군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병 악화시키는 코로나19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던 42세 여성 최모씨는 코로나에 걸린 이후 손가락 관절 부기와 통증이 더 심해졌다. 약물을 꾸준히 먹었는데도 염증 수치가 올랐고, 피곤함도 심해졌다. 이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평소 병세를 잘 알던 의료진이 없는 국가 지정 의료 기관으로 이관되어 병세 파악이 불충분해질 수 있다. 정상윤 분당차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면역계에 영향을 미쳐서 관절이 더 붓고 통증이 더 커졌다고 호소하는 자가면역질환자가 많다”며 “격리 해제되면 염증 상태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 김모 씨도 격리 해제 후 3주가 지났는데도 극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이 또한 면역 질환이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병세가 악화됐을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작년 11월에 코로나에 확진됐던 당뇨병 환자 70세 김모씨는 4개월이 지난 요즘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한다. 코로나19가 혈전(피딱지) 발생을 높이고, 당뇨병이 있으면 그럴 확률이 더 높아지기에, 의료진은 작은 뇌혈관이 혈전으로 막혀서 생기는 ‘미니 뇌졸중’으로 보고 뇌 MRI 검사를 권했다. 평소 고혈압이 있던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혈압이 올랐다고 말한다. 미국 연구에서 이런 개연성이 입증됐기에 고혈압 약물 조정 등 철저한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국산 ‘먹는 코로나 치료제’ 확진자 대상으로 임상 진행]
위중증으로 갈 우려가 있는 50대 이상 코로나 감염자는 쏟아지고, 팍스로비드 등 외국서 들어오는 코로나 치료제 수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는 먹는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해볼 만하다고 감염병 의사들은 말한다. 현재 신풍제약과 일동제약의 약물이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3상에 들어가 있다.
신풍제약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활용한 것으로, 중증 악화 예방률이 54% 정도다. 3일간 먹는다. 임상시험은 확진자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홈페이지(www.konect.or.kr)로 접속하여 ‘코로나19임상시험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접수되면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약물 처방과 건강 관리를 챙겨준다. 기존에 쓰던 약물을 활용했기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약물 상호작용이 적어 팍스로비드보다 투여 대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