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29세 권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퉁퉁 부어 있다. 신발을 신으려면 발도 많이 부어 있어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안경을 새로 맞추어도 책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인슐린을 맞을 시간인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또 놓쳤다. 모처럼 찾아간 병원에서 혈액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정상의 30%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1년 전에는 망막의 실핏줄이 터져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그래도 사물이 또렷이 보이지 않았고, 최근에는 녹내장이 새로 생겼다. 인슐린, 혈압약, 콜레스테롤약에 추가하여 이뇨제를 새로 처방받았다. 외래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고 투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 3개월간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가 12.2%로 뛰었다(목표 수치는 7% 미만). 이러다가 앞이 안 보이고, 투석을 받게 될까 봐 걱정이다. 서른도 안 된 나이인데 말이다.
◇어른 당뇨병 조기 발병 는다
권씨처럼 당뇨병이 40세 이전에 생기는 것을 조기 발병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20대와 30대에 생기는 것은 ‘2030 당뇨병’이다. 이는 소아 당뇨병, 즉 1형과 다르다. 소아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 세포가 파괴되어 발병한다. 2030 당뇨병은 나이 들어 혈당 조절이 안 되어 생기는 2형 당뇨병이 젊은 나이에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전체 2형 당뇨병 중 2030 연령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적으로 16%가량 된다. 아시아에서는 더욱 흔하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당뇨병 발생률을 분석해 보았더니 40 세 이후의 당뇨병 발병은 다행히도 매년 0.1%씩 줄어 들고 있었다. 그런데 40세 미만이 문제였다. 2006년과 2015년 인구 1000명당 연간 당뇨병 발생률은 20~29세에 0.5명에서 0.7명, 30~39세에 2.0에서 2.6명으로 증가했다.
남성에서 이런 추세가 뚜렷했고, 경제 수준이 중간에 해당하는 경우에 더욱 뚜렷했다. 당뇨병이 발병한 사람 중 비만한 경우도 51%에서 72%로 증가했다. 특히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 비만이 크게 증가했다. 가족력이 강하여 부모 형제 중에 당뇨병이 다수 있다.
◇2030 당뇨병, 합병증 심각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생긴 경우 악화 속도가 빨라서, 먹는 약으로 수년 정도 조절되다가 곧 인슐린을 써야만 혈당 조절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10대에 발병한 당뇨병은 약 13년 정도 추적해보면 55%가 신장, 32%가 신경, 14%가 눈에 합병증을 보인다. 2030 시기에 발병한 당뇨병 환자를 10년간 추적했더니 사망률이 60% 증가, 심혈관 질환이 13% 증가했다. 이 때문에 평균 수명도 15년 정도 더 짧다.
합병증이 빨리 오는 이유는 생물학적 요인도 있지만 심리 사회적 요인도 있다. 젊은 연령에 발병한 경우 혈당이 웬만큼 높아도 별 증상이 없다 보니, 방심하고 투약을 게을리하게 된다. 또 병원에 잘 오지 않는데, 외래 방문율이 일반적인 경우의 절반에 불과하다. 학업과 취업 등에 따른 스트레스는 혈당 악화를 가속시킨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 한창 일할 2030의 나이에 합병증으로 노동력을 상실하곤 한다.
당뇨병은 발병 연령이 빠를수록 병의 진행 속도도 빠르고 합병증 위험이 크다. 따라서 당뇨병 가족력이 강하고 비만한 경우는 10대부터 당뇨병 발병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비만한 경우는 식이, 운동 요법, 필요 시 약물이나 수술 요법 등으로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당뇨병으로 진단될 경우 정기적 진료와 철저한 투약이 필요하다. 처음에 당뇨병 수준의 혈당을 보이던 2030세대가 정상 혈당이 되면, 계속 혈당이 높은 경우에 비해 사망률이 43% 감소, 심혈관 질환이 30% 감소했다. 혈당 관리 효과가 큰 것이다. 당뇨병이 나를 지배하게 두지 말고, 나 스스로 당뇨병을 지배한다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