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죽을 것 같아 살겠다고 하는 환자가 오지만, 살아 있어도 죽고 싶은 환자도 옵니다. 귀가 없이 태어난 소이증 환자들은 기형 때문에 이 와중에 마스크도 제대로 못 쓰고 타인의 시선에 고통스러워하죠.”

/강북삼성병원

오갑성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귀 형태가 없고 귀 살들이 뭉개져 태어난 소이증(小耳症) 환자들에게 재건 성형으로 귀를 선물하는 의사다. 지난 20여 년간 2000건의 소이증 재건 수술을 했다. 현직 귀 성형 분야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다.

소이증은 일반적으로 신생아 4000~6000명당 한 명꼴로 태어난다. 환자 열 명 중 한 명은 양쪽 귀에 생긴다. 난청이 올 수도 있어 재건 수술이 꼭 필요하다. 귀 재건 성형은 환자의 갈비뼈에서 연골을 떼어와 귀 있는 자리에 심고 살을 덮어 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연골에 살이 잘 달라붙어 자라면, 귀 연골과 살을 밖으로 드러나게 해서 귀 형태를 갖추게 한다. 외이도가 뭉개진 경우는 이비인후과서 외이도 조형술도 한다.

오 교수는 3차원으로 복잡하게 생긴 귀 모양을 재건하려 생감자를 사용하여 귀 모양처럼 다듬고 자르는 연습을 수없이 했다고 했다. 귀 재건 성형 수술을 할 때마다 노트에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놓았고, 사람마다 다른 수술 방법을 촘촘히 표기해 놓았다. 소이증 연구 국제 학술지에 논문이 15편 실렸고, 그의 수술 가이드라인이 미국 성형외과학회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귀 재건 수술 후 3주경에 아이들이 마스크를 양쪽 귀에 걸면서 “아! 좋다!”라고 탄성을 지르고,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글썽일 때 귀 재건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다들 마스크 쓰는 것을 싫어하는데, 마스크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삼성 밝은 얼굴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얼굴 기형 수술을 무상으로 해주고 있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거나 건배사를 할 때 시를 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 교수는 “귀가 성인 크기와 비슷하게 커지고 귀 틀로 쓰이는 가슴 연골도 충분히 자라는 만 8세 때부터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8세를 넘기면 연골이 석회화되어 잘 부러지기 때문에 귀 성형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

오 교수는 “소이증 환아가 수술을 결정할 때까지 3~4번 외래 방문하여 멀쩡한 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소이증으로 인한 열등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