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가 임신되면, 보통 태아 한 명을 수술로 희생시키고 두 쌍둥이만 출산토록 하는 게 의료계 관행이다. 태아와 산모 건강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돼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선택적 태아 감소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세 쌍둥이를 그대로 유지해 출산해도 3명의 신생아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셋 다 낳아도 된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분당차병원 이지연 교수팀은 세 쌍둥이 삼태(三胎) 임신을 대상으로 태아 3명을 유지한 225건 출산과, 한 명을 희생시키고 2명만 출산한 327건 출산 결과를 비교 조사했다.
연구 결과, 삼태 유지 임신에서 태아 3명 모두 생존할 확률은 91.6%였다. 하나를 희생시킨 삼태 임신에서 2명 모두 생존할 확률은 82.9%였다. 생존율이 되레 낮았다. 양쪽 그룹에서 태어난 신생아 사이에서 질병 발생률 차이는 없었다.
연구팀은 의무 기록과 전화로 아이들이 커서 발달장애나 뇌성마비가 생겼는지도 봤는데, 삼태 임신에서 3명 다 태어난 그룹에서 발달장애가 적었다. 뇌성마비 발생은 두 그룹 간에 차이는 없었다. 결국 삼태 임신 3명 출산이 더 잘 살았고, 발달장애도 적었다는 얘기다. 삼태 임신은 분만 시기가 빨라져 아이들 건강이 더 나쁠 것이라는 기존 의학계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전종관 교수는 “선택적 태아 감소술과 이후 바뀐 자궁 환경이 두 아기 건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며 “삼태 임신 유지 산모에게서 임신중독증 발생이 다소 높게 나왔지만, 신생아 건강을 위해 태아 한 명을 희생시킬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스칸디나비아 산부인과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