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코 질환과 코골이 환자를 진료해 왔다. 수면 센터를 찾는 환자 대부분은 가족 손에 이끌려 온다. ‘난 별로 코를 골지도 않는데…’라는 말이 환자 입에서 노래 후렴구처럼 따라붙는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는 자기가 얼마나 심하게 코를 고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 내가 그랬다. 6년 전 어느 날, 아내가 침대 밑에 이부자리를 깔고 잠자기 시작했다.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도저히 한 침대에서 잘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환자가 그랬듯이 나도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했다.

/ 그래픽=양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대체로 과체중이며, 목이 굵고 짧다. 필자는 정상 체중을 밑도는 마른 체구이고, 목도 굵지 않다. 코막힘도 없어서 코를 심하게 골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호흡하는 공기가 드나드는 길, 즉 숨길(상기도)이 좁아져 생긴다. 좁아진 상기도를 지나느라 공기 저항이 커지고, 이것이 상기도 주변 구조물을 진동시켜 소리가 나는 현상이 바로 코골이다. 코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목에서 나는 소리다. 상기도가 아주 심하게 좁아져 막히면 공기가 드나들지 못해 잠깐씩 반복해서 숨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생긴다.

코골이가 심하다고 하니, 수면 다원 검사와 상기도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보니 코골이는 물론, 수면무호흡증도 심했다. 원인은 후두개였다. 후두개는 공기가 드나드는 후두의 입구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기능을 하는데, 숨 쉴 때 열려야 하는 후두개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 숨길이 막힌 것이었다.

기실 필자는 당시 낮에 늘 피곤하고 집중력과 활력이 떨어져 만성 피로에 가까웠다. 불면증도 있었다. 혈압도 높아서 고혈압 약도 복용 중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잠을 깊게 자지 못해 자주 깨고, 깨었다가 다시 잠들기도 어렵다. 불면증을 동반하고 잠자는 동안 혈압이 높아지고, 이것이 낮에도 지속된다.

불면증은 치매하고도 관련이 크다. 뇌는 활동의 부산물로 베타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일종의 단백질 찌꺼기를 만드는데, 이는 잠자는 동안 자연적으로 청소돼 뇌 밖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잠을 충분히, 깊게 자지 못하면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치료하지 않은 수면무호흡증은 뇌경색 위험을 3배로 증가시킨다. 내 어머니 치매 간병을 했고,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폐해를 너무 잘 알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치료 방법은 후두개 수술을 하거나 양압기를 쓰는 것. 양압 호흡기를 선택했다. 이는 잠자는 동안 적당한 압력과 습도의 공기를 기도로 불어넣어 기도를 넓히기 때문에 호흡이 원활해진다. 양압기는 수축기 혈압을 5~7(㎜Hg) 낮추는 효과가 있어 뇌졸중 위험을 56%, 심근경색증 위험을 37%까지 낮춘다. 단 양압기는 쓰는 동안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무호흡증 양압기 처치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3개월 적응 기간이 지나면 사용료를 매월 2만원 안팎만 내고 쓸 수 있다.

양압기는 플라스틱 마스크처럼 생겨서 이걸 밤새 얼굴에 쓰고 자는 게 쉽지는 않다. 처음 양압기 처방을 받은 환자들은 양압기 때문에 잠들기 더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요즘에는 경험자로서 자신 있게 얘기한다, 1~2주만 견뎌보라고. 양압기에 적응되면 잠을 푹 잘 수 있어 아침에 몸이 훨씬 더 가볍고 개운하다.

이젠 1년 365일 양압기와 함께 잠을 잔다. 여행 갈 때도 갖고 다닌다. 양압기 쓴 이후 불면증이 없어졌으며, 낮에 졸리는 것도 사라졌다. 활력과 집중력이 좋아졌다. 고혈압도 호전돼 복용하는 약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물론 양압기가 전부는 아니다. 수면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밤 11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밤에 원하는 시간에 자려면 지난밤에 잠을 설쳤다 하더라도 규칙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 깨어 있어야 수면 압박이 높아져 밤에 잠이 잘 오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로 계란을 먹고, 틈틈이 햇빛을 쬔다. 계란 한 알에는 우유 한 잔 분량의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이 트립토판은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고, 햇빛을 많이 쬐면 세로토닌이 잠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잘 전환된다.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은 계란, 우유, 치즈, 견과류, 콩, 두부, 육류, 생선 등이 있다. 거룩한 밤은 낮에 결정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