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남자 환자가 가슴 통증이 생겼는데, 협심증이 의심된다며 병원에 왔다. 환자는 고지혈증이 있었고, 흡연자였다.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 근육에 피가 제대로 못 가서, 심근경색증을 일으킬 수 있기에 바로 심혈관 조영술을 했다. 관상동맥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다.
환자의 관상동맥이 크게 좁아져 있었다. 본래 내경의 85%가 막혔고, 15%만 남았다. 평소 같으면 좁아진 곳을 넓히는 스텐트를 넣는 시술을 바로 했을 것이다. 관상동맥이 85% 막힌 모습을 보고 스텐트를 안 할 심장내과 의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접근했다. 좁아진 관상동맥 앞과 뒤 혈류 압력을 측정했다. 좁아진 부위 앞뒤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보통은 동맥이 좁아지면 혈류가 제대로 못 나가 좁아진 뒤쪽은 압력이 낮아진다. 이 환자는 그렇지 않았고, 피가 잘 흘러갔다. 좁아졌다고 심근경색증이 생길 가능성이 작았다. 이에 스텐트를 넣지 않고 약물 치료를 하며 지켜봤다. 이후 환자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혈류 변화 쟀더니, 스텐트 40% 감소
좁아진 관상동맥 앞뒤 혈류 변화를 보는 검사를 ‘관상동맥 내 압력측정술’(FFR)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심혈관 조영술상 관상동맥이 좁아진 정도만 갖고 스텐트를 넣을지 말지 결정했다. 요새도 상당수 병원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앞선 환자처럼 관상동맥이 많이 좁아 보여도 혈류가 괜찮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면 심근경색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대로 관상동맥이 별로 좁아지지 않았는데도 혈류가 줄어 심근경색증이 일어날 위험이 큰 경우도 있다.
영상 검사로 관상동맥 3차원 내경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좁아진 모양도 부드러운 게 있고, 날카로운 게 있는데, 모양에 따라 피가 흘러가는 속도가 다르다. 따라서 양쪽 압력 차이를 봐야 혈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009년부터 FFR 검사를 했더니 예전 기준으로 해오던 스텐트 시술 건수가 40% 줄었다. 관상동맥 수술을 해야 했던 경우도 약 60%가 줄었다. 최근 10년간 시술과 수술 건수가 그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시술 줄였더니, 결과도 좋아
스텐트 시술을 혈류가 좋은 경우에는 안 하고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했더니 스텐트 시술 결과도 좋아졌다. 스텐트 시술 1년이 지난 후 경과를 봤을 때, 사망하거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했거나, 시술을 다시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예전에는 8.6%였다. 본격적으로 FFR 검사를 한 이후로는 4.8%로 줄었다. 스텐트 시술 관련된 나쁜 결과가 46%나 줄어든 것이다. 관상동맥 수술도 사망이나 재수술 건수가 예전보다 33% 줄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유럽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유럽심장학회는 2018년 FFR 검사 없이 스텐트를 바로 하는 것은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권고안을 냈다. 미국서도 FFR 없이 스텐트를 바로 넣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 곳이 대다수다. 물론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고, 심근경색 증세가 명확하면 FFR 검사 없이 바로 스텐트를 넣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협심증 의심 환자의 약 60%에서 혈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는 환자가 매년 6만명 정도다. 고령사회를 맞아 스텐트를 넣어야 할 관상동맥 협착증 환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꼭 넣을 스텐트만 골라 넣어야 안전하고 결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