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사주팔자는 태어난 연월일시의 4주와 이에 따라서 결정되는 하늘의 기운 천간과 땅의 기운 지지로 구성되는 8자를 말한다. 동양철학에서는 이 사주팔자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본다. 태어난 생년월일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니, 과학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사주팔자 이론이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있지 않나 생각도 해 본다.

최근 영국의학회지에 이와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약 12만명의 미국 간호사들을 38년간 추적해서, 태어난 달과 천문학적 계절(1~3월 겨울, 4~6월 봄, 7~9월 여름, 10~12월 가을)이 심혈관계 사망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4~6월(봄)에 태어난 경우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은 10~12월(가을) 출생에 비해 10% 높았다. 7~9월생(여름)은 가을 출생보다 9% 높았다. 월별로 보면 4월 출생이 가장 높다. 11월에 비해 12% 높았다. 12월에 태어난 경우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어느 계절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왜 달라지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하기 쉽지 않다. 햇빛 강도에 따른 임신부 비타민D 생성량이 다를 수 있고, 계절별로 유행하는 감염병이 다르고, 제철 음식 섭취도 다를 수 있다. 특정 종교나 경제 상황에 따라 특정한 시기에 아기를 갖지 않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사주로 사망률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명확히 알 수 없고 복잡하다. 식단, 건강한 습관, 운동처럼 내가 스스로 선택해 바꿀 수 있는 요소들을 개선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