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흔히 ‘맹장염’으로 불리는 질병은 의학적으로 정확히는 충수돌기염이다. 대장의 시작 부위에 맹장이 존재하고, 맹장에서 작은 돌기가 나와 있는데, 그것이 충수돌기다.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면 주로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면서 발열과 메스꺼움 등이 발생한다. 방치하면 장이 괴사되어서 복부 전체로 염증이 퍼지고 복막염이 발생한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충수돌기염이 발생하면 수술로 충수돌기를 제거하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다. 오늘도 병원 수술실에는 ‘맹장염’으로 진단된 환자들에게 응급 충수돌기 제거술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 최고 의학학술지로 꼽히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충수돌기염을 무조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흥미 있는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에서는 CT(컴퓨터단층촬영술) 등으로 충수돌기염이 확인된 미국인 환자 1552명을 무작위로 나누어서 776명에게는 수술을 시행하고, 776명에게는 항생제만 투여했다. 30일째에 환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한 결과, 양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다만, 항생제 치료만 받은 환자 중 29%는 90일 이내에 결국 수술을 받게 됐다. 충수돌기 내에 돌멩이(결석)가 있는 경우는 42%의 환자가 최종적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본 연구에서는 농양, 복막염 등 다양한 합병증이 이미 발생한 충수돌기염 환자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모든 충수돌기염 환자가 항생제 치료로 충분하다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충수돌기염이 발생 초기 단계이고, 검사상 결석이 없다면, 수술 않고 항생제 치료로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항생제 치료 시작 후 수개월간은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