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면 임상 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한다. 연구 대상 환자들 중 절반에게는 새로운 약제를 투여하고, 나머지에게는 약제 성분은 없으나 똑같은 모양의 위약(가짜 약)을 준다. 그리고 일정 기간 투여한 후, 새로운 약제가 위약보다 더 효과적이어야 효능이 있다고 판정한다. 약제 성분이 없는 위약도 약을 먹었다는 자체로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보이기에 그렇다. 이를 위약 효과라고 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영국의학협회지 랜싯의 정신과학지에 발표된 한 논문은 항우울제 치료 효과 논문들을 통해서 위약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였다. 논문 총 252편을 분석했는데, 연구 결과 우울증 치료에서 위약 효과는 35~40% 환자에게서 관찰된다고 결론 내렸다. 류마티스질환연보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을 연구한 논문 215편에서 위약 효과를 분석했더니, 퇴행성 관절염 치료 효과의 75%는 위약에 의한 효과이고, 실제 약제 또는 시술 효과는 2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통증이나 우울증과 같이 환자 자신이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질환의 경우, 환자의 고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즉, 투여되는 약의 약리적인 효능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치료 효과에 갖는 기대감,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에 대한 믿음, 치료가 제공되는 환경 등이 위약 효과 형태로 치료 효과에 긍정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환자는 일단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