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호텔 요리였던 ‘멘보샤’가 대중화 바람을 타고 있다. 요즘 식당에서는 메인 요리를 주문하기 전, 맥주 한 잔에 멘보샤를 시켜 먹는 이들도 적지않다. 튀김요리인 치킨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멘보샤는 형태와 이름은 낯설지만 익숙한 음식 문화 체계 안에 있다. 멘보샤 인기가 일회성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이유다.

[결정적 메뉴: 멘보샤 유행시킨 사람 누구?]

잘 만든 멘보샤는 가운데는 금색, 가장자리는 갈색이다. 멘보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부드러워야 한다. /영상미디어 이신영기자

◇새우넣고 튀긴 식빵? 만들기 까다로운 요리 멘보샤

멘보샤는 간단하면서도 까다로운 요리다. 과거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 중식당인 ‘대상해’에서 멘보샤는 12점에 6만~8만원 하는 고가의 요리였다. 그 시절 멘보샤 소는 대하(大蝦)로 만들었다. 럭셔리한 멘보샤를 특별히 만든 적도 있는데, 랍스터를 잘게 썰어 소로 넣고, 대하를 눌러 다져 접착제처럼 쓴 것이다.

요즘 멘보샤는 흰다리새우를 주로 쓴다. 새우의 반은 눌러 밀어 밀도 있게 하고, 반은 듬성듬성 썰어 식감을 준다. 다진 새우에 비린내를 잡는 미림(味淋), 청주, 후추, 생강을 넣고 설탕과 약간의 대파와 소금을 넣어 간을 한다. 식빵은 발효가 잘돼 구멍이 크고 부풀어 오른 것이어야 한다. 튀김의 기본은 소위 말하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이다. 멘보샤의 ‘겉바’는 식빵의 상태로 결정된다. 식빵에 버터나 설탕이 과하게 들어가면 안된다. 튀길 때 빵만 너무 빨리 익기 때문이다.

호텔요리의 대중화를 내건 왕육성 셰프의 진진의 경우, 140~150도 온도에서 5분 튀긴다. 식빵은 따로 주문 제작한다. 몇 해전에 멘보샤의 식감이 안 좋아 식빵의 상태를 보니, 빵 발효가 덜 된 상태에서 납품된 납작한 것이었다. 멘보샤의 겉이 노랗기만 한 경우는 기름이 너무 일찍 식빵으로 침투한 경우다. 이런 멘보샤는 느끼하다.

멘보샤를 튀길 때 식빵 안의 수분 때문에 식빵은 타지 않아야 한다. 180도가 넘으면 수분이 다 빠져 식빵이 타버린다. 가운데는 노랗고 가장자리는 갈색이 도는 최적의 멘보샤가 만들어지는 시간으로 진진은 140~150도, 5분을 본다. 사실 이렇게 튀긴 멘보샤는 살짝 덜 익는다. 기름에서 건진 멘보샤를 종이 타올로 감싸 1분 정도 잔열로 속을 익힌다. 안이 촉촉한 비결이다.

◇돼지기름으로 튀겨야 더 맛있는 멘보샤

“옛날 멘보샤 맛이 안난다”는 예민한 사람들도 있다. 기름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대부분의 중식당은 돼지 비계에서 추출한 라드 기름을 썼다. 라드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중식 튀김의 첫 번째 원칙은 식물에는 식물성 기름, 동물에는 동물성 기름을 쓴다는 것이다.

고급 중식당에서는 '멘보샤'를 메인 튀김 요리로 대접한다. 사진은 진진 왕육성 오너셰프.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왕육성 셰프는 새우의 향도 달랐다고 회상한다. “대량 생산이나 양식이 거의 없던 시절의 새우는 향이 아주 좋았다. 등에 알이 들어간 알시바, 감칠맛이 강한 보리새우를 많이 사용했다. 그 후에는 대하를 이용했다. 옛날의 새우들은 현재 많이 쓰는 흰다리새우보다 감칠맛은 물론이고 향이 좋았다. 요즘 쓰는 베트남산 흰다리새우는 감칠맛과 향이 떨어진다.”

과거에는 식빵 대신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킨 피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유방녕 세프는 <중화대반점> 방송에서 식빵 대신에 만두 피로 멘보샤를 만든 적이 있다고 밝혔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만두용 반죽을 만들어 쓰는데, 이걸 멘보샤에도 활용한 것이다. 튀기면 식빵이나 발효시킨 만두피는 구별이 어렵다.

◇멘보샤, 에피타이저냐 후식이냐

왕육성 셰프는 “멘보샤를 면이나 밥 대신 시키는 사람들이 많지만 원래 따뜻한 메인 요리에 이어 나오는 튀김 요리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진진에서는 메인 요리인 대게살볶음 뒤에 멘보샤를 낸다.

“멘보샤는 간이 다 되어있기 때문에 소스를 곁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멘보샤는 물론 튀김 요리를 모두 화자오옌(花椒盐) 양념에 찍어 먹는다”고 했다. 화자오옌을 곁들이면 멘보샤 기름에서 향이 나기 때문이다. 화자오옌은 입안이 얼얼한 화자오와 오향, 후추, 곱게 간 참깨, 설탕, MSG에 소금(옌)을 약간만 넣어 만든 소스다. 칠리소스나 마요네즈에 찍는 건, 잘 만든 볶음밥을 짜장 소스에 비벼 고유의 맛을 해치는 것과 같다.

'결정적 메뉴'의 필자 박정배 작가. / 영상미디어 이신영기자
조선일보 ‘사장의 맛’이 외식업 지형을 바꾼 ‘결정적 메뉴’를 연재합니다. 필자 박정배씨는 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입니다. ‘3천원으로 외식하기’를 시작으로 ‘음식강산’ 1, 2, 3권, ‘만두’ 등 다수의 음식 책을 냈습니다. 넷플릭스 ‘냉면 랩소디’ ‘한우 랩소디’에 자문 겸 출연했습니다. 앞서 조선일보에 ‘한식의 탄생’을 연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