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교동 ‘팩토리’의 대표 칵테일 ‘비터스위트’./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폭탄주 칵테일’ ‘김치 하이볼’ ‘랍스터 떡볶이’…. 재치 있게 재해석한 한국 음주문화를 콘셉트로 내세우며 문 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오울(Oul)’ 바가 화제다. 이곳 유승정(35) 시니어 바텐더는 “외국인이 서울에 왔을 때 갈 만한 한식당은 꽤 있지만 한국 음주문화를 즐길 만한 바는 없다시피하단 점에 착안했다”며 “오울이란 이름은 서울(Seoul)의 영어 표기 뒤쪽 글자에서 따왔는데, 야행성인 올빼미(owl)와 발음이 같다는 점이 재밌어서 이름으로 쓰게 됐다”고 했다. “외국인 손님들은 예상했지만 한국인 손님들도 재미있고 신기해하세요.” 유 바텐더에게 “본인이 즐겨 찾는 술집과 음식점 중 외국 손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들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팩토리(The Factory): 홍대 앞 칵테일·싱글 몰트 위스키 성지

“제대로 만든 칵테일과 다양한 싱글 몰트 위스키를 보유한 정통 바입니다. 처음 바텐더 일을 시작할 때 여기 칵테일을 마시고 더 발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여러 조언도 받았죠. 오랜 바텐더 경력의 박시명 마스터가 만드는 클래식(고전) 칵테일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칵테일까지 모두 맛있고 정갈합니다. 깔끔한 한식을 먹은 듯한 여운이 인상적이에요.”

국내에서 칵테일 잘 만드는 바로 손꼽힌다. 서울 홍대앞·상수동 일대에 싱글 몰트 위스키를 처음 소개한 곳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시그니처(대표) 칵테일은 ‘비터스위트’. 한 모금 마시면 잔에 담긴 큼직한 정육면체 얼음에 올린 레몬버베나 허브의 향이 올라오면서 단맛을 살포시 잡아준다. 싱글 몰트 위스키로 만드는 칵테일 ‘에고이스트’도 인기다. 6호선 상수역 1번 출구를 나와 상수동 카페거리로 걸어 들어가면 나온다.

비터스위트 2만5000원, 에고이스트 3만원, 애플머스켓 2만원.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7, (02)337-3133

이태리재: 아페롤 스프리츠는 꼭 맛볼 것!

“전일찬 셰프님이 운영하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작고 아담한 트라토리아(trattoria·대중적인 식당)이지만, 오픈 키친 형태로 바에 간 것처럼 요리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이탈리아 대표 식전주인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를 꼭 주문해 마셔보세요!”

진한 주황빛 이탈리아 리큐어 ‘아페롤’에 스파클링 와인, 탄산수 등을 섞고 동그랗게 썬 오렌지 한 쪽을 넣은 칵테일의 일종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해 질 무렵 바나 식당을 찾은 이들이 누구나 한 잔씩 주문하는 ‘국민 식전주’다. 감자로 만들어 쫀득한 식감이 한국의 수제비와 비슷한 뇨키 파스타는 진한 트러플(송로버섯) 크림 소스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어란 파스타도 인기다.

트러플 크림 뇨키 2만2000원, 성게 어란 파스타 3만5000원, 아페롤 스프리츠 1만원.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4-9, (070)4233-6262

뚝감: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에 피로가 스르르

“뜨끈하고 얼큰한 감자탕이나 매콤한 해물뼈찜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는 ‘최애’ 식당입니다.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바텐더들이 늦은 밤 일 마치고 들르는 사랑방입니다. 근무 마치고 나오는 바텐더들이 하나 둘 모여 그날의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을 나누던 추억의 장소입니다.”

뚝감은 ‘뚝배기 감자탕’의 줄임말. 살이 실하게 붙은 돼지 등뼈가 뚝배기 넘치도록 들어 있다. 맛있고 푸짐하니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로 점심, 저녁 한가할 때가 없는 건 당연하다. 점심 때는 오전 11시 30분에 가도 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지만, 손님 응대하는 여주인이 워낙 친절해 불평이 들리지 않는다.

뚝감 9000원, 김치찌개 8500원, 해물뼈찜 3만원(소).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21, (02)722-5894

에빗(Evett):익숙한 한식의 낯선 해석

“지난해 찰스H에서 같이 디너 콜라보(협업)를 하면서 알게 된 식당인데요., 전통 한국 식재료를 모던하게 풀어낸 음식에 맞춰 낸 다양한 전통주를 함께 맛보며 ‘아, 전통주도 외국 술 못잖게 훌륭하구나’ 깨달았죠.”

호주 출신 요리사 조셉 리저우드씨가 한국 식재료를 주인공으로 요리한 음식에 우리 전통주를 곁들여 내는 식당이다. 지난 2019년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1개를 받았다. 영국·덴마크·미국 최고 식당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던 리저우드씨는 2016년 팝업 레스토랑을 하려고 서울에 왔다가 한국 식재료와 식문화의 다양성에 놀랐다. “수산시장에 가보니 2주마다 제철 생선이 바뀌더라고요. 이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죠. 된장, 간장, 장아찌 등 발효음식도 기가 막혔어요. 한국 식재료로 내가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지 도전해보고 싶었죠.”

외국인 손님뿐 아니라 한국인 손님들도 “한식의 맛과 매력을 재발견하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점심과 저녁 모두 코스로만 낸다.

점심 코스 10만원, 저녁 코스 22만원. 서울 강남구 도곡로23길 33, (070)4231-1022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