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치킨공화국’ 국민인 한국인은 매년 한 사람이 닭 20마리를 먹어치운다.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도 ‘치킨’(닭튀김)이다. 그러나 치킨 전에 구이가 있었다. 1960년 명동 영양쎈타 ‘전기구이’ 통닭은 한국 치킨의 원형. 전기구이 통닭이 장작 향을 입고 미식계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꼬치에 꿰어 기름 쪽 뺀 추억의 맛이 새롭게 단장해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더하기의 맛 ‘남영탉’
프라이드 치킨과 비교하면 원래 전기·장작구이 통닭은 빼기의 미학을 보여주는 음식이다. 튀김옷도 별다른 양념도 없는 닭을 기름 쪽 빠지게 잘 굽는다. 양념도 소금과 겨자 정도로 간단하다. 지난달 27일 문을 연 이후 한 달 동안 연일 문전성시인 ‘남영탉’(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0길 12)은 반대로 갔다. 기존 전기·장작 구이를 재해석했지만 이곳은 ‘더하기’로 맛을 낸다. 참나무·숯·훈연칩을 섞어 닭을 굽는다. 3가지가 뒤섞인 복합적인 향은 식당에서 훈제햄 냄새가 나도록 한다. 양념이나 소스를 바르지 않는 기존 구이 문법도 깼다. 동양탉은 구운 뒤 마라 소스 맛이 나는 칠리오일 소스와 마늘칩을 올려서 내고, 서양탉에는 발사믹 식초와 바질 페스토를 올렸다. 서양탉은 닭가슴살과 껍질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간 닭가슴살과 버섯을 볶아 만든 특제 무스도 집어넣어 굽는다. 화룡점정은 닭 배 속에 들어가는 영양밥. 찹쌀에 잘게 썬 초리조(돼지고기 소시지의 일종), 표고버섯, 마늘을 더했다. 한 시간 남짓 구워지면서 찹쌀은 돼지기름과 닭기름을 머금는다. 한 달 만에 꼭 방문해야 한다고 소문이 난 비결은 그런 새로움에서 왔다. 오준탁 셰프는 “홍콩에서 3년 일했던 경험과 서양 음식 조리법을 접목해 기존 장작구이를 재해석했다”고 했다. 주말에는 대기가 상당한데, 방문 포장을 해가는 고객도 많다.
◇더 간편하게 ‘냉동’으로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는 “1960년대 전기구이가 큰 인기를 끌었고, 1980년대 KFC가 상륙하면서 국내 치킨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장작구이가 등장했다”고 했다. 전기·장작구이는 그래서 추억의 맛이고, 그 추억은 2030도 자극한다. 망원동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전기구이 통닭 트럭을 기다리는 2030대가 많다. 배달 치킨처럼 쉽게 주문해 먹기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식품 업체들도 이를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림과 올반(신세계푸드) 등은 냉동 전기구이 통닭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에서 35분 정도 구워 먹으면 트럭 전기구이 맛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낸다. 바삭한 껍질을 즐긴다면 권장 조리 시간보다 5분 정도 더 구우면 된다. 할인을 적용하면 마리당 5000원꼴로 먹을 수 있어 가성비도 좋다. 다만 일부 제품은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 사이즈로 크기가 아담한 편이라는 것은 기억하자.
치킨공화국에서 전기·장작 구이가 다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은 어릴 적 추억도 있겠지만, 칼로리가 튀김보다 적다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구이라 기름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