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쿠마’ 요리사가 14kg짜리 대물 방어를 회 뜨고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토종 흑돼지를 복원한 재래 돼지, 여물을 끓여 먹인 화식(火食) 한우, 강원도 영월 유기농 토마토…. 서울 홍은동 ‘어라우즈’는 토종 식재료를 주인공으로 앞세우는 레스토랑이다. 이 식당 오너셰프(주인 겸 주방장) 장준우(37)씨는 일간지 기자로 일하다 요리사 겸 음식작가가 된 드문 경력의 소유자. 그는 “공들여 쓴 기사가 누군가를 기쁘게 하지 못하는 데 반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면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어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웃었다.

장씨는 호박·오이·국밥·파스타 등 익숙한 식재료·음식에 숨은 뜻밖의 이야기와 아티초크·사프란·케밥·푸아그라 등 아직은 낯선 식재료·음식의 매력을 흥미롭게 풀어낸 ‘푸드 오디세이’(북앤미디어 디엔터)를 최근 펴냈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재료 아닐까요? 식재료 품질이 높아지고 다양해지면 결국 식문화의 수준도 함께 올라갈 거라 기대합니다.”

식재료를 중시하다 보면 제철을 따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장 오너셰프가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곳들”이라며 단골 식당 4곳을 소개했다.

쿠마

“쌀쌀한 찬 바람은 해산물이 맛있어지는 신호이기도 하죠.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해산물을 맛보고 싶으면 여의도에 있는 이 집에 갑니다. 식재료의 품질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셰프님이 내놓는 최상급 사시미(생선회)를 맛볼 수 있어 늘 믿고 찾습니다.”

‘여의도 아쿠아리움’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식당 주인 김민성씨는 ‘자연산’과 ‘대물(大物)’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신념을 가졌다. “자연산은 서식하던 바다 밑바닥이 갯벌이냐 자갈밭이냐, 물길이 빨랐느냐 느렸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달라요. 어느 부위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고요. 이러한 차이는 생선이 클수록 확연해집니다. 양식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같지요.”

해산물의 질(質)만큼이나 양(量)도 압도적이다. 이 식당에서 식사한 손님 중에서 “음식이 부족했다”는 이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제철을 맞은 방어의 기름진 뱃살, 혀에 착착 감기는 선홍빛 참치 등살,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뜨끈한 매운탕이 커다란 상을 빼곡히 채운다. 생선을 조금 더 먹고 싶다고 하면 거의 원래 나왔던 만큼 푸짐한 리필이 채워진다.

저녁에만 영업한다. 코로나 이후로는 자체 웹사이트(kumaeats.fish)나 배달 앱 등을 통해 방어·참치·모둠회를 배달시켜 먹는 손님도 많다.

오마카세 8만·10만원.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7 충무빌딩 2층, (02)2645-7222

기쁨이네

“부산이 고향이지만 부산 사람의 솔푸드 돼지국밥보다 서울식 순대를 더 좋아합니다. 머리고기와 내장 부속물이 깔끔하고 부드러우면서 국물에서 잡내가 나지 않는 곳은 찾기가 어렵죠. 제 레스토랑 근처 남가좌동 백련시장 안에 있는 이 식당은 흠잡을 것 없이 완벽한 순댓국 맛을 보여줍니다. 일주일에 2번 이상 꼭 들르는 집입니다.”

시장이 있는 서대문구와 인근 은평구 지역 주민들만 알음알음 찾는 숨은 맛집. 상호가 잘 보이지 않아 단골들은 그저 ‘백련시장 순댓국집’이라 부른다. 시장통이라 지저분하리란 선입견과 달리 반질반질하다. 음식이 얼마나 정갈할지 먹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순댓국 외 된장·김치·순두부찌개 등 식사류와 닭볶음탕·제육볶음·감자전·달걀말이 등 안주류도 괜찮다.

순댓국 7000원, 머리고기 1만원.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로6길 53-87(백련시장), (02)308-3287

동무밥상

“평양냉면으로 유명세를 치렀지만 진짜는 뜨끈한 북한식 요리죠. 북한식 돼지국밥과 평양만둣국, 어복쟁반은 추워지면 꼭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무얼 먹든 속이 편안한 느낌을 받기에, 고향 음식은 아니지만 고향 음식을 먹은 듯한 기분이 들어요.”

1998년 탈북한 윤종철(65)씨가 북한에서 배운 대로 평양 옥류관 스타일의 냉면을 낸다고 이름난 식당이다. 냉면뿐 아니라 자잘한 기교를 배제하고 싱겁달 만큼 담백하게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선 굵은 이북 음식을 두루 낸다.

평양만둣국 9000원, 평양식 돼지국밥 1만원, 어복쟁반 8만원.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10, (02)322-6632

가타쯔무리

“직접 제면한 일본식 우동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점심밖에 영업을 안 해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헛걸음하기 일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맛을 선사합니다. 국물이나 고명보다 우동 면 자체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강추’합니다.”

서울의 ‘우동 성지(聖地)’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우동집 자리에 있었던 ‘대우전자’의 낡고 녹슨 간판이 여전히 붙어있다. 일본인 셰프는 본래 기계 유지·보수 관련 업종에 종사했는데, 사랑에 빠져 결혼한 한국인 아내와 한국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일본 사누키 우동의 본산 가가와현에서 우동을 배웠다는 로맨틱한 창업 스토리가 유명하다. 점심에만 약 3시간 또는 우동 면이 떨어질 때까지만 영업하고, 영업·휴무일도 일정치 않다. 페이스북에 매달 일정을 공지한다.

가케우동 7500원, 붓가케우동 8500원, 카마타마우동 7500원.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길 72, 전화 없음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북앤미디어 디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