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역 근처의 그늘진 공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반대 분위기다. 화려한 조명과 시끌벅적한 노래 속에 오리구이를 먹고 있는 사람들. 지난 7월 문을 열자마자 한두시간 대기는 기본이 된 식당 ‘뚝도농원’이다.
이 식당을 연 회사는 ‘코리아 미트 클럽(KMC·Korea Meat Club)’. 낯선 회사라고? 그렇다면 이 이름들은 어떤가. 뜨락·행진의 김재균, 몽탄·초원·두툼의 조준모, 금돼지 식당의 신재우 대표다. 하나같이 코로나 상황에도 손님들을 줄 세우는, 장안에서 요즘 제일 잘나가는 고깃집 주인들이다.
6년 전부터 종종 술자리를 함께한 데다 고깃집 아들이라는 공통점까지 더해져 더욱 친해진 이 세 명을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KMC 연구소에서 만났다.
◇망한 고깃집 아들
이 삼총사가 처음부터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뜨락’의 시작은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김재균 대표 모친이 사업하던 남편 대신 팔을 걷어붙이고 살던 집에서 고기를 팔기 시작했던 것. “어머니는 장사를 한 번도 안 해보신 분인데, 고깃집이 제일 쉬워 보여서 하셨대요. 별다른 요리 없이 좋은 고기만 사서 구워 주기만 하면 되니. 제가 처음에는 인테리어 사업을 했거든요. 잘 안 돼서 어머니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많이 속상해하셨죠.”
조준모 대표도 마찬가지다. 가정주부였던 어머니는 사업하던 아버지가 빚만 남긴 채 세상을 뜨자, 빚을 갚기 위해 돼지고깃집을 열었다.
“어머니가 온종일 가게에 나가 있으니깐, 집밥을 먹은 기억이 없어요. 매일 하루 두 끼를 삼겹살과 김치만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군대 다녀온 후 친구와 의류 쇼핑몰 사업을 하긴 했는데, 문 닫고 고깃집을 시작했지요.”
신재우 대표도 ‘금돼지 식당’으로 성공하기 전 동대문에서 패션 사업을 했고, 배달 전문 식당만 열개 가까이 열었다가 망했다.
◇고기를 먹는 새로운 체험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김재균 대표는 인테리어를, 조준모 대표는 음식을, 신재우 대표는 브랜딩을 담당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건 ‘고기구이의 엔터테인먼트화’. 이들의 등장 이후 20대 남녀가 고깃집에서 데이트하는 게 익숙한 장면이 됐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는 행위가 하나의 ‘종합 예술’이에요. 우리는 화로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 고기를 굽고 가위로 자르며 원하는 정도로 익혀 먹지요. 고기 두께를 어떻게 하느냐, 밑반찬으로 무엇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맛과 분위기가 달라져요. 식당 배경음악, 수저와 그릇, 그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고기 먹는 문화’를 결정합니다.”(신재우)
“저희 셋이 한결같이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편하게 삼겹살에 소주 한잔 먹으며 진솔한 대화 나누기 좋은 공간.”(조준모)
◇골목길 구석구석. 새로운 오픈
이들 식당의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지도가 없으면 안 된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동 ‘하니칼국수’는 신당역 뒤쪽 좁은 골목길에 있다. 삼각지 ‘몽탄’도 고가도로 아래 “이런 곳에 식당이 있어?”라는 말이 나올 곳에 있다.
“저희가 생각하는 좋은 ‘목’은 유동 인구가 많은 대로변보다, 주변에 인프라는 있으면서 살짝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에요. 찾기 어려울수록 찾아가는 재미가 있잖아요.”(김재균)
두 번째는 장소에 맞는 메뉴와 콘셉트다.
신당동 ‘하니칼국수’는 원래 목공소 자리였다. 이 분위기를 살려 인테리어를 했고, 메뉴는 원래 돼지갈비였지만, 셋이 만취한 어느 다음 날 해장이 필요한 시점에 우연히 강릉 한 식당의 곤이(알)가 잔뜩 들어간 칼국수를 보고 메뉴를 바꿨다.
성수동 ‘뚝도 농원’은 원래 버려진 공장이었다.
“지난 겨울 텅 빈 공장에서 너무 추워서 난로를 피우며 정화조부터 파묻기 시작했죠. 오리는 교외에서 주로 즐길 수 있는 호불호가 강한 메뉴죠. 이것을 시내로 끌고 들어와 젊은 층이 편하게 접하도록 하고 싶었어요.”(김재균)
삼각지 ‘몽탄’도 100년 된 일본식 적산 가옥이다. 이와 맞는 짚불 삼겹살 구이를 생각했고, 삼겹살만으로는 특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소 갈빗대 모양을 그대로 살려 90도 각도로 길게 커팅한 ‘우대 갈비’ 메뉴를 넣었다.
◇한국식 고기구이(BBQ)’의 세계화.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한국 고기의 세계화다.
“전 한국식 바비큐가 ‘솔 푸드’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모든 희로애락에 고기구이를 즐겼어요. 좋은 일 있을 때 가족끼리 고기 구워 먹으러 가죠? 힘든 일 있을 때도 삼겹살에 소주 마시며 위로받잖아요. 이걸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조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