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밀과 천연발효종, 물, 소금만으로 만드는 서울 공덕동 ‘수더분’의 사워도 빵./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더베이킹랩’ 이성규 대표는 로컬푸드(local food)에 관심 많다. 로컬푸드란 장거리 운송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그러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말한다. 그가 더베이킹랩에서 우리 밀 빵 굽기를 연구하는 이유다.

“빵도 결국은 로컬푸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국내 생산된 우리 밀로 빵을 만들어야 합니다. 빵집에서 우리 밀을 쓰면, 재배 농가도 우리 밀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탄소발자국이 줄면서 환경에도 이로운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죠. 다행히 최근 우리 밀 품종이 다양해지면서 좋은 빵 굽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밀가루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밀 본연의 맛과 향이 잘 드러난 빵, 천천히 발효된 슬로푸드 빵, 우리 밀로 구운 빵, 충분히 발효시켜 잘 부풀고 잘 구워진 빵”을 좋은 빵의 4대 조건으로 꼽는 이 대표에게 이러한 조건을 갖춘 빵집 4곳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수더분

“지금까지 먹어본 가장 맛있는 우리 밀로 만든 사워도(sourdough) 빵입니다. 잘 구운 사워도 빵은 적당한 산미와 밀 향이 매력적이죠. 그러려면 반죽 발효를 잘해야 하는데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처음 찾아가 맛봤을 때 프랑스에서 잘 만든 사워도 빵에 버금가는 맛이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사워도 빵은 과거 유럽에서 밥처럼 먹던 재래식 빵이다. ‘식사 빵’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업화된 제빵 이전의 전통 방식대로 만드는, 밀가루·물·효모·소금만으로 굽는 빵이다. 사워도는 껍질이 두껍고 질긴 편인 데다 특유의 시큼한 향이 있어서, 얇은 껍질에 부드러운 빵에 익숙한 이들이 맛있게 먹기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집 빵은 사워도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기존 빵에 익숙한 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대중성을 동시에 품었다. 박희건 대표는 “사워도는 평양냉면 같다”며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가’ 싶지만 희한하게 자꾸 생각나다 중독된다”며 웃었다.

사워도 4000·8000원, 통밀 사워도 5000·9500원, 올리브&치즈 치아바타 3800원. 서울 마포구 백범로 152, (0507)1317-8269

벨팡

“독일식 사워도 빵을 정석대로 만드는 집입니다. 국내에서는 빵에 견과류, 과일, 치즈 등 충전물을 많이 넣잖아요. 빵이 주식이 아닌 간식이기 때문에 달달해야 하니까요. 이 빵집은 충전물을 가능한 배제하고, 진짜 유럽에서 먹는 식사 빵처럼 밀가루 그것도 국산 토종 밀가루만으로 승부합니다. 우리 밀로 굽는 식사 빵으로는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가진 곳 아닐까 싶네요. 빵을 보면 아름답단 생각이 들 정도예요.”

연고가 전혀 없지만 오직 월세가 싸서 강화도에 빵집을 열었다는 주자경 대표가 25~26가지 빵을 굽는다. 호밀빵에 주력한다. 주 대표는 “코리앤더(고수)씨, 쿰멜(회향) 등 4가지 허브가 들어가는 ‘프랑켄타입’ 등 6~7가지 호밀빵을 굽는다”고 했다.

프랑켄타입(호밀빵) 1만원, 크루아상 3500원.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길 32, (070)7756-2722

브로트하임

“모녀가 운영하는 빵집인데요, 어머니가 제빵을, 딸이 제과를 해요. 우리 밀로 달달한 간식류 빵을 시도하는 곳이 드문데, 이곳은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페이스트리, 디저트류가 굉장히 좋아요. 쿠키도 맛있고요. 기본 빵도 물론 훌륭하고요. 매주 새로운 제품이 나와서, 이번 주에는 뭐가 나올까 기대감을 갖고 자주 찾는 집입니다.”

브로트하임을 운영하는 가별 대표는 “캄파뉴(프랑스 식사 빵)로 특화하려 했지만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아서 간식류 빵을 우리 밀로 구워보기로 했다”고 했다. 목·금요일 이틀만 영업한다.

스콘 3종 세트 9600원, 르뱅쿠키 100g 3900원, 캄파뉴 6000원, 치아바타 4900·6000원

경기도 안양 동안구 흥안대로 426-17 청광플러스원 상가 106호, 010-8170-3675

아쥬드블레

“여기도 단 부재료 없이 빵 자체의 맛으로 승부하는 빵집입니다. 얼마 전 갔더니 빵 맛이 굉장히 좋아졌더라고요. 예전에는 좀 가벼웠는데, 맛이 더 깊어졌달까. 메밀 바게트를 추천합니다. 제가 개발한 빵이거든요(웃음).”

억대 연봉을 받던 직장을 돌연 퇴사하고 제빵에 뛰어든 이 대표가 지난 2017년 창업했던 빵집이다. 현재는 이 대표의 동업자 혼자 운영하고 있다.

빵 드 양평 6000원, 사워도 5000원, 레드파이프통밀빵 8000원, 바게트 3000원. 서울 영등포구 양산로 16, (070)7779-8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