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은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1786~1866년)가 중흥한 한국 차(茶) 문화를 계승한 이다. ‘초의선사의 차 문화 연구’ ‘박동춘의 한국 차 문화사’ ‘추사와 초의’ ‘우리 시대 동다송’ 등 왕성한 연구·집필 활동으로 최근 다촌차문화상 학술상을 받은 박 소장은 “한국 차의 특징은 싱그럽고 맑고 시원함”이라고 했다.
그런 차를 덖고 마시고 알려왔기 때문일까. 박 소장은 “음식이 깨끗하고 맑고 잡내가 없으면서 인공 조미료를 덜 쓰는 식당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가 밖에서 식사할 때 즐겨 찾는다는 식당을 알려줬다.
자하손만두
“싱그러움이 입안에 확 퍼지는 맛! 여름에는 호박 편수를 아주 좋아해요. 이 집은 고기와 호박, 버섯 등 속 재료 안배를 너무 잘했더라고요. 봄부터 여름에 나오는 엄나무 순 만두도 담백하고 세련된 맛이 기가 막혀요.”
1993년부터 서울 부암동을 지켜온 만두 전문점이다. 인공 조미료를 일절 배제하고 직접 담근 조선간장으로 맛을 낸다. 심심하지만 밋밋하지 않은 간 조절이 섬세하고 절묘하다. 물만두·찐만두·김치만두·소만두 등 다양한 만두를 두루 잘한다. 편수는 개성 여름 음식. 소금에 절였다가 꼭 짜서 아작아작한 애호박과 실처럼 가늘게 썬 소고기, 버섯으로 채워 네모나게 싼 만두에 차가운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낸다.
엄나무 순과 두부, 버섯, 배추 등을 넣은 엄나무 순 만두와 조랭이떡을 맑고 시원한 콩물에 말아 내는 ‘엄나무 순 조랭이 콩국’은 여름에 특히 인기가 많다. 인왕산과 북악산이 내다보이는 풍광도 빼어나다.
만둣국 1만5000원, 편수찬국 1만2000·2만원, 엄나무 순 조랭이 콩국 1만6000원, 탕평채 1만8000·2만7000원, 빈대떡 1만1000원, 만두 전골 4만6000·5만9000원, 자하 상차림 4만9000원.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12, (02)379-2648
단비
“회덮밥이 나왔는데 야채를 얼마나 가늘게 채 썰었는지 입안에서 비단처럼 매끄럽게 넘어가더라고요. 양념도 너무 맵거나 강하지 않으면서 생선회와 채소, 밥과 너무 잘 어우러졌어요. 민어전과 회도 일품이었어요. 민어회는 씹으면 쫀득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좋았고, 따끈하게 부친 민어전은 고소한 민어 특유의 풍미가 고스란히 살아나더라고요. 몇 번을 가도 음식 수준이 흐트러지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서울 한남동에 있는 고급스럽고 깔끔한 한식집이다. 서울 반가(班家)나 개성 음식처럼 담담하고 섬세하지만, 경북 포항에서 1년에 제사를 8번이나 지내던 집안 출신의 어머니와 딸이 운영한다. 음식을 먹어보면 재료에 쏟는 신경이 조리 솜씨만큼이나 높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회덮밥(점심) 2만5000원, 시래기밥(점심) 1만3000원, 점심 코스 4만5000원, 저녁 코스 8만7000원.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21-12, (02)797-8375
로씨니
“평소 채식을 하지만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를 먹어야 할 경우 양고기를 주로 먹습니다. 소고기는 좋아했지만 성장 촉진제나 항생제 등에 대한 염려 때문에 피하게 되는데, 양은 대부분 풀만 먹여 키우니 그런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요. 양고기는 잘못 먹으면 노린내가 나는데, 이 집 양갈비 구이는 그런 적이 없이 늘 맛있어요. 서양 식재료로 끓이지만 한식의 국처럼 시원한 맛이 느껴지는 수프도 좋아해요. 하얀 식탁보며 실내 분위기가 옛 양식집 같은 점도 마음에 들고요.”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맞은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파스타부터 스테이크, 티라미수 케이크까지 두루 잘한다. 오랜 역사와 위치 때문인지 정·재계 임원과 고위 공무원 단골이 많다.
파스타 1만7000~2만1000원, 양갈비 석쇠구이 3만7000원, 코스 요리 3만8000~5만원. 서울 종로구 북촌로 18, (02)766-8771
광화문국밥
“국밥도 냉면도 훌륭하지만 온면을 특히 좋아해요. 고기 국물이 기름 한 점 없이 맑으면서 잡맛이 없어요. 메밀국수와 잘 어우러져요.”
부산 등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 돼지국밥을 세련되게 재해석해 명성을 얻은 식당이다. 식당 벽에 붙은 ‘닭을 쓰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국물이 얼마나 맑은지 보여준다.
평양냉면도 수준급이다. 박 소장이 말하는 온면은 ‘메밀고기국수’인데, 아쉽게도 10~3월 판매라 여름에는 맛볼 수 없다.
평양냉면 1만1500원, 돼지국밥 8500원, 메밀고기국수(10~3월 판매) 9500원.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53, (02)738-5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