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2005~2017년)를 몰아서 보았다. 잘 알려져 있듯 이 드라마는 형제의 이야기다. 동생이자 엔지니어인 마이클 스코필드(웬트워스 밀러)는 일부러 은행 강도를 시도해 폭스 리버 교도소에 수감된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형 링컨 버로스(도미니크 퍼셀)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곳이다.
형제의 동반 탈옥이 목표인 스코필드는 온 몸에 교도소의 공간이며 구조의 실마리를 담은 문신을 잔뜩 새긴 채 수감된다. 교도소장 포프(스테이시 키치), 간수장 벨릭(웨이드 윌리엄스) 등과 벌이는 두뇌 싸움, 재소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을 뚫고 과연 형제는 탈옥할 수 있을까? 탈옥이라는 소재가 자아내는 긴장감 덕분에 프리즌 브레이크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고, 밀러는 국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석호필’이라는 한국 이름도 얻었으며 의류 브랜드 모델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탈옥의 성공 여부가 자아내는 긴장감과 박진감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큰 음모를 배후에 숨겨 놓았기에 시즌이 진행될수록 드라마는 늘어진다. 시즌 5까지 간신히 완주하고 나면 누가 왜 탈옥을 원했는지, 또 성공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밀크셰이크에 찍어 먹는 ‘감튀’, 즉 프렌치프라이만이 드라마의 북극성처럼 외로이 빛난다.
한참 화제가 됐던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 장면은 시즌1의 12화 ‘제외할 사람(Odd Man Out)’과 14화 ‘밀고자(The Rat)’에 담겨 있다. 백인이지만 흑인처럼 말하고 행동해 양쪽 모두에서 따돌림 당하는 ‘어중간이(Tweener)’가 수감되자 간수장 벨릭이 음식으로 포섭하려 든다. 스코필드 형제의 동태를 파악해주면 자기가 먹는 햄버거와 밀크셰이크, 감자튀김을 먹게 해주겠다고 꼬드긴다(12화).
밀고는 재소자 사이에서 가장 큰 금기이지만 ‘사제(私製)’, 즉 민간 음식에 어중간이는 넘어가고 만다. 결국 14화에서 밀고를 발판 삼아 밀크셰이크에 감자튀김을 찍어 먹을 수 있게 되지만, 그의 정보에 영양가가 없음을 파악한 벨릭은 음식을 빼앗아 버린다.
자유가 없는 재소자의 삶과 맞물려 굉장히 맛있어 보이므로,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밀크셰이크에 감자튀김을 찍어 먹고 싶어진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정말 두 음식을 이렇게 같이 먹을까? 나는 ‘프리즌 브레이크’가 한창 방영될 당시 미국에서 살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먹는 경우를 주변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름 미국인 친구가 많은 편이라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도 종종 먹으러 갔건만 아무도 그렇게 먹지 않았다. 또한 둘을 묶어서 광고하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둘의 짝짓기는 단지 드라마를 위한 설정이었을까? 토론 사이트 레딧의 ‘미국인에게 물어보세요(Ask an American)’이라는 게시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국내에도 1984~1998년 진출했던 햄버거 프랜차이즈 웬디스(Wendy’s)에는 프로스티(Frosty)라는 걸쭉한 밀크셰이크가 있는데, 특히 초콜릿맛에 감자튀김을 찍어 먹으면 맛있다는 이야기였다.
밀크셰이크는 원래 우유에 아이스크림을 더해서 믹서로 고속 회전시켜 만드는 음료이다. 맥도날드의 설립자인 레이 크록도 믹서를 팔다가 맥도널드 형제를 만나 오늘의 프랜차이즈 제국을 세웠다. 잘 만든 밀크셰이크는 밀도가 높아 컵을 뒤집어도 흐르지 않음을 내세운다. 그런 밀크셰이크라면, 감자튀김의 짠맛과 대조가 두드러질 초콜릿 셰이크라면 맛있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맥도날드에서 프리즌 브레이크를 흉내 내 볼 수 있다.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은 나무랄 데 없지만 안타깝게도 밀크셰이크는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우유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섞는데 그쳐 밀도가 높지 않으니, 감자튀김에 면도용 크림을 발라 먹는 기분이 나서 3점까지 시도하고 그만뒀다. 즐겁게 보았던 드라마의 추억까지 망치는 기분이랄까? 혹시라도 웬디스가 국내에 다시 상륙할 날만을 기다리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