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장어, 민어 등 전통적인 보양식은 고기입니다. 하지만 영양학자들은 “고단백·고칼로리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에 어울리는 보양식이지, 요즘처럼 영양 과잉이 문제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육류 대신 영양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권하면서, 요즘 제철을 맞은 여름 대표 과일 수박을 추천합니다.

수박을 구워서 올리브오일, 치즈, 허브, 소금, 후추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 없다. /조선일보DB

◇ 수박 남성 특효 ‘시트룰린’ 다량 함유

수박은 약 92%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수박의 ‘수’가 물 수(水)자라고 잘못 알고 있을 정도지요(수박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좋은 과일채소이죠. 물이 많고 달지만 1컵(250mL)당 열량이 46kcal밖에 되지 않는데다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강화하는 아르기닌 성분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안성맞춤이죠. 그래서 수박이 땀 많이 흘리는 여름에 좋은 과채소라고 알고 있다면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입니다.

수박은 라이코펜 함량이 높습니다. 라이코펜은 활성산소를 막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항산화물질로, 심장질환이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성분입니다. 남성들에게 이로운 건 이 라이코펜이 전립선 건강에 아주 좋은 성분이라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점이죠. 토마토가 라이코펜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졌는데, 1컵당 라이코펜 함량이 토마토는 4mg인 반면 수박은 6mg으로 1.5배 더 많지요.

수박에는 라이코펜 외에도 시트룰린도 많은데요, 이 수박의 시트룰린과 관련해 남성들이 귀가 번쩍 뜨일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시트룰린은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데요, 수박에 들어있는 시트룰린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유사한 기능을 발휘한답니다. 비아그라는 음경 내의 해면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유입을 증가시켜 발기를 만들어냅니다. 비아그라처럼 시트룰린도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 흐름을 증가시켜 발기 및 심장에 도움이 된다는 거죠.

라이코펜은 수박의 빨간 속살 부분에 많고, 시트룰린은 하얀 속껍질 쪽으로 갈수록 많아진다니, 앞으로는 빨간 부분만 파먹지 말고 흰 부분까지 살뜰히 먹어야겠습니다. 맛이 없다구요? 속껍질 맛있게 먹는 방법을 뒤에서 알려드릴게요.

◇ 한반도에서는 13세기부터 먹어

수박의 고향은 멀리 아프리카입니다. 언제부터 인간이 식용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고대 이집트 벽화에 수박이 그려진 걸로 봐서 늦어도 4000년 전에는 먹었던 듯합니다. 이집트를 거쳐 중국에는 서기 900년쯤 정착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는 중국에 소개되고 300년쯤 지난 13세기 고려시대로 추정합니다. 그 근거는 ‘홍길동전’의 작가로도 유명한 허균이 1611년에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입니다. 조선 팔도의 명물 토산품과 별미음식을 소개한 책인데, 이 책에 보면 “고려를 배신하고 몽고에 귀화해 고려사람을 괴롭힌 홍다구(洪茶丘·1244~1291)가 처음으로 개성에 수박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수박은 주로 한반도 남쪽에서 재배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이다 보니 따뜻하고 일조량 많은 지역이 수박 재배에도 알맞았겠죠. 요즘은 기후 온난화로 수박 재배지역도 점점 북상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양구에서도 수박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부산, 대전 등 대도시에 출하되는 수박은 5월 초에는 경남 함안 지역에서 주로 나오다가 6월과 7월이 되면 주로 충북 음성에서 나옵니다. ‘맹동수박’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맹동은 음성군에 있는 1개 면(面)으로 수박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입니다.

7월 하순부터 8월에는 강원도 양구산 수박이 본격적인 출하시기를 맞게 됩니다. 양구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박은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하며 저장성이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요즘 대개 하우스에서 재배하는데다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지역과 상관없이 모두 달고 맛이 좋지요.

잘 익은 수박. /조선일보DB

◇ 맛있는 수박 고르는 법? ‘진동’을 느껴라

신선하고 잘 익은 수박을 고르려면 꼭지부터 봅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수박은 꼭지부터 수분이 마르기 때문에 길이나 모양에 상관없이 꼭지의 상태로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꼭지가 마르지 않고 녹색을 띠고 있어야 신선합니다. 꼭지가 갈색으로 변하고, 건조하게 마른 상태라면 신선한 수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크기가 크고, 껍질이 얇으면서 윤기가 나고, 탄력이 있고, 검은 줄무늬가 고르고 진하게 형성돼 있어야 좋은 수박입니다. 하우스에서 촉성 재배해 조기출하 되는 수박은 연한 연두색을 띱니다. 수박 고유의 색이 짙은 것이 상품(上品)이란 거죠.

맛있는 수박을 고를 땐 두드려 봐야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사실이다. 살짝 두드렸을 때 ‘통통’ 청명한 소리가 나야 잘 익은 수박이다. 덜 익은 수박은 ‘깡깡’ 하는 금속음, 너무 익은 수박은 ‘퍽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소리로 구분이 어렵다면 손으로 진동을 느껴보세요. 한 손에 수박을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 수박의 중심을 두드려보세요. 잘 익었다면 수박에 올려놓은 손에서도 진동이 잘 느껴집니다.

수박 샐러드는 시원하고 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여름 별미다. /조선일보DB

◇ 흰 부분으로 담그는 별미 ‘수박 김치’

수박은 그대로 잘라 먹거나 갈아서 주스로 마시는 게 대부분이죠. 하지만 몸에 이로운 수박을 이렇게 단조롭게만 먹는 건 아쉽지요. 외국에서는 수박 수프, 샐러드 등 단지 과일로 먹을 뿐 아니라 식재료로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심지어 구워 먹기까지 합니다.

‘그릴 수박’은 적당한 크기로 썬 수박을 그릴이나 석쇠, 프라이팬, 오븐에 구운 요리. 수분이 많은 수박이 과연 구워질까 싶지만, 의외로 잘 구워집니다. 그리고 맛있습니다. 수박을 구우면 단맛은 더 강해지면서 가끔씩 올라오는 오이 비슷한 특유의 비린내가 줄어듭니다. 뜨겁게 달군 그릴에 빠르게 살짝 굽는 게 포인트.

페타, 리코타 등 부드럽고 맛이 연한 치즈가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짠맛이 조금 더 강한 페타가 리코타보다 더 어울립니다. 민트, 바질 등 달착지근한 풍미가 있는 허브와 궁합이 좋고요. 소금을 뿌리면 단맛이 더 도드라진다. 견과류를 다져 얹어도 좋습니다. 후추를 살짝 뿌리고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끼얹으면 무더운 여름 메인 요리로도 손색 없지요.

수박 수프도 맛있어요. 수박(2컵)을 믹서기에 갈아 물(1컵)과 다진 마늘(1작은술), 다진 민트(2작은술)을 섞으세요. 수박(1컵)을 사방 0.5cm 정도 크기로 깍뚝썰기 해 수프에 올립니다.수박 샐러드는 한입 크기로 자른 수박에 리코타, 바질·민트 등 허브를 올리고 레몬즙이나 식초(약 10mL), 올리브오일(약 50mL), 꿀(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씩을 섞은 드레싱을 뿌리면 끝입니다.

수박 주스는 씨를 빼고 갈아야 풋내나 텁텁함이 없습니다. 가능한 마시기 직전 가세요. 한 시간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 두면 비린내가 납니다. 수박과 궁합이 맞는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갈아 마시면 금상첨화. 토마토, 오이가 대표적인 수박의 ‘짝꿍’이죠. 토마토의 유기산과 수박의 칼륨이 만나면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오이는 수박과 마찬가지로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데, 수박에 오이를 더해 주스로 마시면 탈수 예방 효과가 있다.

아까 수박 속껍질 먹는 법을 알려드린다고 했죠. ‘수박 김치’를 소개합니다. 수박 속껍질을 얇게 저며 김치 양념에 버무립니다. 빨간 속은 갈아서 얹어 먹습니다. 샐러드처럼 산뜻한 별미 김치입니다. 너무 맵지 않고 단맛이 있어서 아이나 외국인이 먹기에도 알맞습니다. 길고 굵게 썰어서 간장에 절인 ‘수박 장아찌’나 얇게 저며서 매콤새콤 무친 ‘수박 나물’도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