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인 건 알겠는데 즐겨 보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막말로 ‘깡패들 이야기’이다 보니 훌륭하다는 걸 알면서도 피로해져 잘 안 보게 된다. 특히 미치광이 역할을 주로 맡는 조 페시가 등장하면 피로가 가중된다. 너무 잘하다 보니 사실처럼 느껴지며 더 이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좋은 친구들’(1990년)은 주연이 레이 리오타라 피로가 덜하다. 리오타가 맡은 헨리 힐은 열세 살에 제 발로 ‘그 바닥’에 뛰어들어 깡패 꿈나무로 성장한다. 그리고 차츰 머리가 굵어지며 지미 콘웨이(로버트 드 니로), 토미(조 페시)와 더불어 트럭을 털거나 채무를 독촉하는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그런 가운데 깡패의 세계에 충실하게 폭력과 살인의 크레디트를 점차 쌓는다.
크레디트가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감옥에 가게 되는 법. 헨리는 폭행과 협박 건으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연방교도소에 수감된다. 하지만 잘나가는 깡패인지라 교도소에서도 여느 수감자와 달리 좋은 환경을 누린다.
밀반입한 와인이며 위스키, 프로슈토(이탈리아 생햄), 빵 등을 마음껏 즐기고 이탈리아 요리도 열심히 해 먹는다. 특히 법정 모독죄로 함께 수감된 헨리의 보스 폴리는 마늘을 면도칼로 얇게 저며 요리에 더하는 응용 및 적응력을 보여준다. 오, 참신하다.
원래 이탈리아 요리에서 마늘은 올리브오일을 달굴 때 통으로 더해 향만 우려내고 건져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들만의 특별 구역에서 편하게 생활한다고 해도 감옥이니 화로가 시원찮거나 기름이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마늘을 최대한 얇게 저며 약한 불과 적은 기름으로도 맛과 향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처럼 큰 제약 속에서도 급식 외의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에 힘입어 교도소에서는 별도의 요리법과 음식이 통한다. 폴리의 저민 마늘처럼 환경에 최대한 적응하기가 관건인데, 아무래도 재소자가 가장 빈번하게 시도하는 음식은 술이다. 영양소야 어떻게든 급식으로 때울 수 있을 뿐이지만 끓어오르는 음주 욕구는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프리즌 와인(Prison Wine)’ 혹은 ‘프루노(Pruno)’라 불리는 재소자의 밀주(密酒)는 흔히 배식되는 빵을 발효제인 효모의 원천으로 삼고 사과나 오렌지, 프루트칵테일, 사탕, 설탕 등으로 당을 공급한다.
효모가 당을 양분 삼아 신진대사를 하는 가운데 부산물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발효의 원리를 충실하게 따른다. 기본 재료를 비닐 봉지에 뜨거운 물과 함께 담고 양말이나 수건 등으로 묶어두면 낮게는 2도(아주 약한 맥주)에서 높게는 14도(강한 레드와인)에 이르는 술이 빚어진다.
교도소마다, 재소자마다 레시피가 천차만별이겠지만 대표로 자비스 마스터스의 ‘교도소 프루노 레시피’를 꼽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쿠엔틴 교도소의 사형수인 마스터스는 술 레시피와 자신의 재소자 신세를 엮어 쓴 시로 1992년 펜 아메리카 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프루노는 ‘껍질 벗긴 오렌지 10개, 프루트칵테일 1통, 물 470mL, 각설탕 40~60개’로 빚는다.
문학상까지 받은 레시피가 있는 밀주라니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낭만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죄의 대가로 자유가 억압되는 환경에서 음식, 특히 발효처럼 섬세한 과정을 거치는 술이 제대로 만들어질 리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4·2005년(캘리포니아)과 2012년(애리조나·유타) 감자 프루노가 원인이라 의심되는 보툴리누스 식중독의 사례가 보고됐다. 위생적인 공정을 거쳐 제대로 만든 술도 건강에는 백해무익인데, 밀주는 오죽할까. 일단 수감되지 않도록 착하게 살아야겠지만, 만의 하나 교도소에 가더라도 밀주는 멀리하는 게 좋겠다.
한국 교도소에도 밀주 문화가 있다. 소설가 황석영은 요구르트에 곰팡이 섞인 빵, 원기소를 섞어 빚은 밀주를 소개한 바 있다. 계속 발각되는 바람에 교도소 내 요구르트 판매가 끊기면서, 요즘은 사이다와 과일주스에 곰팡이가 슬도록 말린 식빵과 밥을 더해 발효시켜 만든다. 다시 한 번, 절대 흉내 내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