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촬영을 위해 전남 무안을 찾은 만화가 허영만이 기절낙지를 집어 들었다. 허영만은 “방송 찍느라 백반집 찾아다닌 지 2년 넘었는데 어머니의 집밥을 떠올리게 하는 백반을 더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물 빠진 서해는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뻘밭이었다. 전남 무안군 구로리 선착장은 그 뻘밭이 시작하는 지점에 있었다. 인적 드문 이 선착장에서 식객 허영만(73)이 ‘삼부자 낙지’의 강성춘·경훈 부자와 만났다. 무안·신안·목포 일대 갯벌에서 전통 방식대로 삽으로 뻘을 파내 잡은 낙지로 호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얻은 강씨 부자가 “선생님께 진짜 뻘낙지를 맛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냄비 물이 끓자 강경훈씨가 그 비싼 국산 뻘낙지 대여섯 마리를 아낌없이 라면과 함께 투척했다. 허영만은 “배 위에서 영덕대게로 라면 끓여 먹은 적은 있지만 낙지 라면은 처음”이라며 “밥 한 술 얻어 먹어도 맛있는데, 낙지 라면이라니 기대된다”며 입맛을 다셨다. 잠시 후 강씨가 그릇에 낙지 라면을 담아 허영만에게 건넸다.

전남 무안 구로리 선착장에서 '삼부자 낙지'의 강경훈씨가 낙지 라면을 끓이고 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야~. 라면보다 낙지 다리가 더 많아!” 그가 낙지와 라면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곤 그릇에 입을 대고 후루룩 국물을 마셨다. “국수 먹을 때 ‘면치기 한다’고 하잖아? 그런데 이건 ‘(낙지)다리치기네, 다리치기!”

그새 강경훈씨의 어머니 장영심씨가 낙지 두어 마리를 나무도마에 놓고 부엌칼로 “탕탕탕탕” 다져 ‘낙지 탕탕이’를 준비했다. “우리 뻘낙지는 워낙 연해서 너무 많이 ‘쪼사면(다지면)’ 식감이 없어요.” “쪼사부러잉?” 고향이 여수인 허영만이 말투를 따라 하며 웃었다.

전국 구석구석 숨은 맛집을 찾아내 소개하는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하 백반기행)’이 최근 100회를 맞았다. 백반기행은 화려하고 값비싼 미식(美食)을 추구하지 않는다. 허영만이 지난해 방송에 소개한 백반집 중 200곳을 추려 소개한 동명(同名)의 책에서 밝힌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집밥 같은 백반’, 둘째 ‘비싸지 않은 가격’, 셋째 ‘그럼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맛’.”

만화 ‘식객’을 연재하면서 세상 온갖 진미를 다 맛봤을 허영만은 왜 소박한 백반집을 찾아 전국을 다니고 있을까. 무안에서 백반기행을 촬영 중이던 허영만을 만났다.

◇백반은 어머니의 맛… 한정식은 재미없어

-미식기행도 아니고 왜 하필 백반기행입니까.

“식객 끝내고 새로운 스토리도 찾을 겸 허름한 밥집을 찾아다녔어요. 거기에 우리 어머니가 차려주던 맛이 있었어요. 우리가 이것저것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근본이 되는 건 어머니의 밥상 아니겠어요? 그리고 어머니 밥상과 제일 유사한 것이 백반이죠.”

-식당 백반과 어머니 밥상이 어떻게 비슷한가요?

“둘 다 시장에서 메뉴가 결정되죠. 시장에 나가 봐서 그때그때 가장 제철이고 그래서 흔하고 싼 재료로 어떻게 해서든 맛있게 한 상 차려 먹이니까.”

-어머니 밥상이 어째서 우리 식생활의 근본일까요.

“음식의 시작은 어머니예요. 어머니 배 속에서 나서 젖을 먹고, 최초의 이유식을 어머니한테서 받아 먹잖아요. 어렸을 때 먹던 음식이 일생 좌우할 정도로 굳어 버리죠. 거기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봐요.”

-선생님이 음식에 눈뜬 건 어머니 덕분인가요.

“어머니, 그리고 여수라는 음식 맛있고 식재료 풍부한 곳에서 태어난 게 도움 됐겠죠.”

-어머님은 음식 솜씨가 좋으셨나요.

“이 세상에 자기 어머니가 음식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 나는 별로 못 봤어요. 자기 어머니의 음식은 다른 음식과 비교되지 않는 다른 정서가 있어요.”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맛은 뭡니까.

“고들빼기. 특유의 쌉쌀한 맛이 있는 고들빼기김치요. 멸치젓갈 넉넉히 넣고. 내가 찾는 그런 맛이 이제는 없어요.”

-평소엔 고급 음식 즐겨 먹으면서 방송에서만 백반을 찾아다니는 건 아닌지요.

“원래 백반을 제일 좋아해요. 한정식? 아이고, 재미 없어요. 방송 찍느라 백반집 찾아다닌 지 2년 조금 넘었는데 백반을 더더욱 사랑하게 됐어요.”

-백반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건가요.

“백반은 밥값이 1만원 이쪽저쪽 아니요? 오늘 아침 무안 읍내 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어요. 반찬 25가지가 나오는데 7000원이야. 세상에, 돈 1만원짜리가 이렇게 쓸모가 있는지 몰랐어요. 그리고 얼마나 다행인 게, 곳곳에 숨은 백반집이 기가 막힌 데가 많아요. 심지어 고향 여수에도 ‘이런 식당도 있나’ 하는 곳들이 있습디다. 여수 왔다 갔다 하면서 뻔질나게 맛집을 다녔는데, 이런 집들을 몰랐다니 헛살았다 싶더라고요.”

-선생님이 꼽는 훌륭한 백반집의 기준은 뭔가요.

“맛이 깨끗하고, 음식과 음식이 서로 방해하지 않는 각자의 모양을 가지고 있고, 국이 매일 바뀌는 집이죠. 반찬이 너무 많지 않고요. 음식물 쓰레기가 되거나 재활용돼서 결국엔 손님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단 말이에요. 반찬은 대여섯 가지면 딱 맞는 것 같아.”

-만화로 그리지 않고 방송으로 만든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만화로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듣다가 포기했어요. 다들 ‘마지막 장사’였어요. ‘너무 힘이 든다' ‘몸이 아프다’ ‘물려줄 사람이 없다' 등 어느 하나 가슴 아픈 사연 아닌 곳이 없었고, 펑펑 우는 분도 많았어요. 만화보다 방송용으로 낫겠다 싶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가수 혜은이

그렇게 허영만의 백반기행은 만화가 아닌 방송 프로그램으로 2019년 5월 14일 시작했다. 지방 소도시 소박한 서민 음식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일본 인기 만화·방송 ‘고독한 미식가’와 비슷하지만, 혼자가 아닌 ‘게스트 식객’이 출연해 음식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 다르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혼자 먹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4인 밥상을 혼자 가로채서 먹고 있다는 게 쑥스러워요. 밥 먹을 때를 놓치면 혼자 먹는 게 안 돼요. 눈총받을까봐 식당에 가서 혼자 앉아 있게 안 되더라고.”

-원로 배우부터 신세대 아이돌그룹 가수까지 다양하게 출연하던데요.

“방송 초기에는 섭외하면 다른 핑계 대고 안 나왔어요. 지금은 방송계에서 나가고 싶은 프로 중 하나라고 그러네.”

-줄을 선다던데, 이유가 뭘까요.

“나 보고 싶어서 그런데, 하하! 다른 이유가 없잖아? (다른 음식 프로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먹고 다니는 건데.”

-어떤 분과의 식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혜은이씨. 그렇게 한때를 풍미했던 양반이 ‘무슨 음식을 제일 많이 먹었느냐’고 물으니까 ‘저는요, 차 안에서 김밥만 먹었어요’ 그러는데 그렇게 안돼 보일 수가 없어.”

허영만(왼쪽에서 둘째)과 게스트 식객으로 나선 배우 박하나(맨 왼쪽)가 ‘삼부자 낙지'의 강성춘·경훈씨 가족과 함께 낙지 라면을 맛보고 있다. 백반기행 무안편에서 방송된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가장 즐거웠던 식사 상대는.

“오현경씨와 고두심씨. 오현경씨는 일단 사람이 밝은 데다, 목포에서 촬영했는데 하루 6끼를 먹었어요. 잘 먹어.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까, ‘저요, 이렇게 먹고요, 며칠 동안 동네 몇 바퀴 돌아요’ 그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운동한대. 그렇게 긍정적이라. 고두심 선생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동양형 미인이라 참 마음에 들었었고, 성격이 차분하면서도 강단이 있어요. 이런 분이 연기를 오래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본인에 대한) 가십 얘기가 나오면 일절 반응을 안 한다네. 시간이 가면 정리되는 건데, 왈가왈부하면 오히려 일이 더 커진다고.”

-기억 남고 즐거웠던 분이 전부 여성이네요.

“남성은… (잠시 고민하다가) 손현주. 배우들을 가만 보면 붙임성 좋은 사람이 많더라고. 그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같이 하루 지내면서 촬영하는데 사람을 불편하게 안 해. 아주 괜찮았어요. 술도 잘 마시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출연하면 표정이 특히 밝다는 시청자 의견이 많습니다.

“왜 그런 식으로 모함하지?(웃음) 그런데 그렇게 표정이 지어지나봐. 스태프들도 전부 그렇게 얘기해요.”

-방송 출연한 뒤로 유명세를 실감하십니까.

“마스크 쓰고 모자 눌러 써도 알아봐요. 뒤에서도 알아봐요. 목소리 때문에. 참 부담스러워요. 모르는 사람들 만나서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것도 어색하고. 태생이 얼굴 팔아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택시기사도 백미러로 알아봐요. 우리 프로에 나오는 집만 찾아다니면서 먹는대. 다른 프로 보면 ‘우와 우와 맛있다’ 해서 찾아가보면 정반대인 집이 많았는데, 우리는 요란하지 않으면서 음식을 제대로 골라서 촬영하는 것 같대.”

-왜 그럴까요.

“대부분 방송이 물론 맛있다는 걸 전제로 섭외하겠지만, 섭외가 잘되는 식당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그런 걸 배제해요. 우리 작가들이 대단한 게, 일주일 동안 찍고 싶은 밥집에 출근해서 설거지하고 그래요. 7번 출근해 설거지하고도 결국 딱지 맞고 못 찍은 식당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곳들이 대단한 게, 찍지 않겠다는 이유가 ‘손님이 많아지면 10년, 20년 단골들한테 불편함을 준다’는 거랍니다. 줏대 있는 식당들이죠.”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 ‘먹방’을 보신 적 있나요.

“돌리다 몇 번 봤는데, ‘야 저게 인간인가’ 싶게 많이 먹더라고. 목숨을 걸고 저런 프로를 진행하고 있구나, 너무 무리하게 인생을 낭비하는구나 생각이 들어요. 젊은 세대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무리 수입이 많이 생긴다 치더라도 저건 아니다 싶어요.”

◇부엌에 칼 든 사람 있는데 “맛없다”고는 못하지

허영만은 강씨 부자를 뒤로하고 무안 망운면 목동리에 있는 ‘곰솔가든’으로 갔다. 머리를 떼어내 산낙지보다 한결 먹기 쉬운 ‘기절낙지’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식당 주인은 “선생님 고향이 어디셔요?”라고 물었고, 허영만은 “여수”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주인이 “솔직히 여수 낙지는 못 먹는다. 선생님 고향이 거기니까 그렇지”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허영만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맛이 별로면 얼굴에 드러난다는 시청자가 있더군요.

“부엌에 칼 들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맛없다 얘기는 못하죠. ‘아 괜찮네’ 정도로만 하죠. 그래도 표정에 다 보인다고 그래요.(웃음)”

-호불호가 명확한 편인가요?

“그렇죠. 느끼하거나 기름진 음식, 단맛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음식을 선호하죠. 양념이 본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지요. 그래서 초장으로 무치는 거 싫어해요. 생선회도 절대 초장 찍어 먹지 않아요. 초장 맛밖에 안 나거든. 간장이나 소금에 찍어 먹지요.”

-가장 좋아하는 양념이 새우젓이라고.

“뭐든 반찬이 간이 맞지 않는다 하면 새우젓을 넣어요. 특히 돼지고기와 아주 잘 어울리죠. 새우젓 통통한 거 한 마리만 올리면 간이 딱 맞아요. 그 이상이 되면 다 먹고 나서 입이 너무 짜지요.”

-사람들 입맛은 갈수록 달아지고 있습니다.

“신세대는 단 음식을 일부러 찾더라고. 음식점들이 나처럼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 두 입에 맞추기가 쉽지 않겠다 싶어요.”

허영만은 훌륭한 백반집의 기준으로 “맛이 깨끗하고, 음식과 음식이 서로 방해하지 않는 모양을 가지고 있고, 국이 매일 바뀌는 집”을 꼽으면서 “반찬은 너무 많지 않고 대여섯 가지면 알맞은 듯하다”고 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아내에게 음식 타박을 엄청 할 것 같다는 시청자도 있습니다.

“제가요? 살려고 타박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내가 음식을 잘하는 편이에요. 간섭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프로를 2년 동안 하면서 맛을 말로 평가하고 물어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래서 가끔 가다 아내가 만든 음식에 툭 한마디 던지고 후회할 때가 있어요. 무의식중에 튀어나와. 요즘 집에서 굉장히 조심하고 있어요(웃음).”

-굳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의 음식을 하나만 꼽는다면.

“국수 삶는 건 이상하게 못해요. 미역국에다가는 소고기를 그렇게 많이 넣어. 소고기는 국 한 그릇에 서너 점만 들어가면 되는 건데, 그렇게 얘기를 해도 안 돼.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맛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음식은 과하면 망치는 거거든.”

-혼자 끼니 해결은 가능하세요.

“그럼요. 작업실에 혼자 있을 때가 많으니 김치죽 같은 간단한 요리는 하죠. 밥요? 그건 기본이죠.”

-패션이 범상치 않으시던데요.

“옷은 마누라가 챙겨주는 대로 입고 나옵니다. 평소엔 알아서 입지만, 촬영 갈 때는 챙겨줘요.”

-팔도 맛집을 돌며 그렇게 먹는데도 몸은 마른 편입니다.

“촬영 오면 아무리 깨작거려도 한 식당에서 밥을 반 그릇은 더 먹어요. 한 번 촬영 가면 지금은 서넛이지만 전에는 대여섯 차례 밥상을 맞았어요. 원래 배가 없었는데, 두 달 전부터 배가 조금 나오기 시작해서 신경 좀 쓰고 있어요. 8㎏짜리 케틀벨을 하루 100회씩 하다가 요즘은 150회로 늘려서 무게를 10㎏으로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틈날 때마다 푸시업 하고, 문틀에 철봉 달아놓고 매달려서 다리 올리고 내리고. 땀 날 정도는 아니고 심심하면 해요. 가끔 뒷산 걷고요.”

◇한때 만화계의 삼성… 노추는 되지 않겠다

1974년 데뷔한 허영만은 ‘각시탈’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미스터Q’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히트작을 그린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이다. 지난달 30일 배우 전수경과 함께 출연한 백반기행에서 허영만은 “내가 부자다. 돈이 많다”며 “내가 한때는 만화계의 삼성이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왕초보 주식 투자 도전기 ‘허영만의 3천만원’도 히트작이었는데요. 돈 좀 버셨는지요.

“3000만원 가지고 시작해서 700만원 깨졌던가? 그런데 그걸 그냥 놔뒀더니 지금 200% 수익 냈어요.”

-비트코인 투자는 안 하십니까.

“그건 너무 무모한 것 같아요. 형체도 없는데 무슨 채굴을 해가지고 그게 돈이 되고…. 이해를 못 하겠어. 알고 싶지도 않고요.”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인 허영만은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만화 준비가 대충 끝났다"며 "젊은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보여주겠다"고 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책 2권도 곧 출간한다고요.

“방송 촬영하면서 ‘이건 나를 위해서라도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각했어요. 여행 다닐 때 차에 집어 넣고 다니면 어디든 가서 하루 세 끼를 돈 3만~4만원으로 거뜬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 4권까지만 나오면 전국을 커버할 수 있을 텐데, 그러려면 2년 더 촬영해야겠지요. 중간에 인기 떨어지고 미투 사건 같은 거 일어나면 문 닫아야겠지만.(웃음)”

-2권에도 200곳이 실릴 텐데, 진짜 ‘최애’ 하는 식당은 어딘가요.

“책 사이에 사은품으로 끼워주려고 엽서 5장을 그렸어요. 간신히 5곳을 추렸어요. 엽서에 나온 집이 정말 맛있는 집이겠죠? 하지만 전부 제 입맛이니까 100% 맞는다고 생각하진 마시고요. 중요한 건 제가 직접 다 먹어보고 만든 책이라는 거죠. 먹어보지 않고는 방송 못 찍는 거 아니요.”

-만화는 안 그리세요?

“옛날에 최인호 선생이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독백처럼 쓴 글이 있어요. ‘나는 작가입니다. 작가로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원고를 쓰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절망감은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수 없다는 겁니다.’ 얼마나 절절해. ‘그렇다, 누가 봐주든 안 봐주든 작가는 계속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걸 뱉어내야 한다’ 싶더군요. 틈나면 메모하면서 어떻게 연재할 것인지 준비는 대충 끝났어요.”

-음식 만화인가요.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음식은 아니고,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웹툰이나 이런 데서 날리는 작가 따라 하면 노추(老醜)가 돼요, 노추. 절대 따라가면 안 되죠. 젊은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보여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