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의 먹음직스런 붉은 본색은 찌건 볶건 삶건 열을 가해 조리한 다음에야 비로소 드러납니다. /조선일보DB

봄은 꽃의 계절이지만, 음식 즐기는 이들에게는 꽃게의 철이기도 합니다. 봄은 산란을 앞두고 주황에 가까운 진한 노란색 알이 배딱이 안에 가득 찬 암게를 더 쳐줍니다.

꽃게는 일 년에 철이 2번 옵니다. 봄과 가을이죠. 가을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수게가 맛있습니다. 꽃게는 배 아래쪽 껍데기가 이중인데, 이 부분을 ‘제(臍)’ 즉 배꼽이라고 부릅니다. 암컷은 이 배꼽 부분이 둥글고 수컷은 뾰족해서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죠.

◇ 꽃 같아서 꽃게? 원래 이름은 ‘곶게’

꽃처럼 선명하고 고운 붉은빛이라 꽃게라고 이름 붙여진 줄 아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꽃게라는 이름은 ‘곶(串)’에서 유래했습니다. 곶이란 반도처럼 바다로 가늘게 뻗은 육지의 끝부분을 이르는 말이죠. 꽃게는 등딱지가 양 옆으로 가시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이 부분이 곶 같다고 해서 곶과 게를 합쳐 ‘곶게’라고 부르던 것이 꽃게가 되었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꽃게는 빨간색이 아니라 초록과 파랑이 섞인 청록색입니다. 꽃게는 변신이 아니라 변색(變色)의 귀재입니다. 몸 속 단백질과 색소를 자유자재로 결합해 보호색을 만들거든요. 그럼 꽃게는 왜 요리하면 빨갛게 될까요. 꽃게는 몸 속에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색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근에도 들어있는 붉은빛 색소입니다. 꽃게를 익히면 카로티노이드가 분리되면서 드러납니다. 그래서 꽃게를 찌거나 볶으면 빨간색이 되는 거죠.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물보다 지방에 더 잘 녹습니다. 그러니 꽃게를 더욱 먹음직스럽게 요리하려면 물보다는 버터·식용유 등 기름을 사용하세요. 물보다 기름에 익혔을 때 더 선명한 붉은빛이 나게 됩니다.

살아있는 꽃게는 청록색입니다. 변색의 귀재인 꽃게는 주변 환경에 맞춰 몸 색깔을 능수능란하게 바꾸죠. /조선일보DB

미국·영국 등 영어권에서는 꽃게를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 그러니까 ‘수영하는 게’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종류의 게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꽃게는 몸통 양쪽 다섯 쌍의 다리 중 맨 아래 한 쌍이 부채 모양으로 넙적하고 평평합니다. 마치 물을 헤쳐 배를 나아가게 하는 기구인 노처럼 생겼죠. 덕분에 꽃게는 다른 게와 달리 헤엄을 잘 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지요.

싱싱한 꽃게는 찌거나 삶거나 어떻게 먹어도 맛있죠. 된장이나 고추장을 풀어 찌개를 끓이면 시원하면서도 달고요. 게살을 발라 전을 부쳐 먹어도 별미고요.

꽃게는 가능한 센 불에서 익혀야 더 맛있습니다. 게살에는 효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꽃게가 죽으면 효소가 단백질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효소는 섭씨 55~60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해요. 그러니 그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익혀야 살이 탱탱하면서 촉촉합니다. 껍데기째 요리해야 더 맛있고요. 껍데기가 게살에서 풍미가 빠져나가는 걸 막아줍니다. 또 껍데기에서 국물 맛이 우러나거나 살에 맛을 더해주기도 합니다.

◇ 맛있는 간장게장 비법? 얼려서 담근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꽃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을 꼽으라면 아마 간장게장일 겁니다. 잘 담근 게장은 꽃게의 감칠맛은 살리면서 짜지 않지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는 간장게장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무궁화 천덕상 주방장에게 간장게장 담그는 법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천 주방장은 “간장과 물 비율을 1대4로 맞추라”고 알려주더군요. 일반 가정에서 흔히 하듯 1대1로 맞추면 너무 짜다는 겁니다.

간장은 줄이고 뒤포리(국물용 마른 밴댕이)와 멸치, 건새우 등 감칠맛 풍부한 부재료를 간장·물과 같이 넣고 끓입니다. 조선간장은 너무 짜서 양조간장을 사용합니다. 물엿, 매실청, 사과, 양파, 대추로 단맛을 더하면 금상첨화. 천 주방장은 “마늘이나 인삼은 맛과 향이 강해 게장 본연의 맛을 가려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센불에서 끓이다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30분 더 끓인 다음 완전히 식혀 사용합니다.

알이 꽉 찬 암게로 담근 간장게장은 식도락계 최고의 밥 절도범입니다. /조선일보DB

산 꽃게를 간장물에 넣으면 게살이 삭아 탱탱하지 않습니다. 냉동실에 완전히 얼린 뒤 간장물에 뒤집어 담급니다. 물론 싱싱하게 물 좋은 꽃게를 사다가 얼려 써야 하지만 말입니다. 등껍데기가 위로 가면 간장물이 꽃게 살 전체에 고루 배지 않거든요. 36시간 숙성시킨 다음 간장물을 따라내 40분 끓이고 식혀 다시 붓고 36시간 2차 숙성시킵니다.

이렇게 2차 숙성을 거쳐 완성한 간장게장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아 먹기 딱 알맞답니다. 송송 썬 미나리와 김가루, 참기름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향긋한 미나리와 김, 참기름이 간장게장의 짠맛을 더욱 줄여주는 동시에 감칠맛은 살려줍니다. 올 봄에는 꽃게가 많이 잡혀서 부담 없이 찜이건 게장이건 맛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