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군만두 상추쌈./김성윤 기자

‘냉동만두야말로 현대인의 구황작물이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나 식욕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허윤선 ‘얼루어 코리아’ 피처 디렉터가 했다는 말이 유독 와 닿네요. 그렇습니다, 냉동만두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만들기 쉬우면서도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면서도 맛있는 구황작물 또는 비상식량입니다. 냉장고 냉동칸에 냉동만두 한두 봉지 없는 가정은 아마 없을 겁니다.

◇크기·소·피… 끝없는 업그레이드

냉동만두는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식품 분야 중 하나입니다. ‘원조 HMR(가정간편식)’로 꼽히기도 하는 냉동만두는 코로나 이후 외식이 줄고 집밥이 늘면서 HMR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짐에 따라 더욱 잘 팔리고 있습니다.

냉동 만두 대중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그 전에도 물론 있었지만, 1987년 한 식품업체가 냉동 만두 대량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 만두는 집에서 주로 겨울철 손으로 빚어 먹었죠. 냉동만두는 힘들고 번거로운 빚는 과정을 생략하고 데쳐 먹기만 하면 되는 편리함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습니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 90%를 넘은 가구당 냉장고 보급률과 맞물리면서 냉동만두는 마트 냉동식품 코너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합니다.

한동안 정체됐던 냉동만두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도약의 계기를 맞습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저렴하면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식품을 찾던 소비자들이 냉동 만두에 주목한 거죠. 이때 한 대기업에서 구워 먹는 군만두용 냉동 만두를 출시했는데, 어찌나 잘 팔렸는지 식용유 소비도 덩달아 급증할 정도였습니다.

군만두 중심으로 유지되던 냉동만두 시장에 2000년대 초반 변화가 찾아옵니다. 웰빙 열풍이 불면서 물에 삶아 기름기 없이 담백한 물만두가 소비자에게 간택 받았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크기가 냉동 만두 업계의 화두가 됩니다. 불황이 찾아오면서 소비자들이 푸짐한 제품을 선호했고, 이에 따라 ‘왕만두’의 시대가 2000년대 후반 열립니다.

2010년대 들어서 냉동만두 업계의 경쟁은 ‘만두 소 싸움’이 됩니다. 2013년 한 대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만두 안에 넣은 소로 차별화합니다. 기존 냉동만두는 고기, 채소, 두부, 당면 등을 갈아서 만든 소로 채웠습니다. 이 신제품은 소 재료를 갈지 않고 굵게 썰어서 씹는 맛과 육즙을 살렸습니다.

이후 한동안 냉동 만두 업체들은 소 경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 업체에서 극도로 얇은 만두피(0.7㎜)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출시 열흘 만에 50만 봉지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순식간에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섭니다. 이후 냉동 만두 업체들은 너도나도 피가 얇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냉동만두 업체들은 가성비에서 웰빙, 크기, 소, 피 등 끓임 없이 패러다임을 뒤집으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어떤 신제품이 등장해 소비자를 즐겁게 할 지 기대됩니다.

냉동만두는 해외에서도 사랑 받으며 K푸드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동남아,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수출이 두드러지는데요, 국가·지역별 맞춤 전략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수십 년간 시장을 장악한 중국 냉동만두를 단기간 내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중국식 만두보다 피가 얇고 고기와 채소가 많이 들어가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는 게 주효했습니다. 또 중국 냉동만두는 쪄서 익히지 않고 바로 얼리지만, 비비고 만두는 한 번 찐 뒤 냉동해 조리 시간이 짧다는 점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습니다.

냉동만두 제조공정 중 성형된 만두가 스팀 증숙 과정을 거치고 있다./CJ제일제당

◇완벽한 군만두 & 군만두 상추쌈

굽건 튀기건 찌건 삶건, 냉동만두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습니다. 하지만 냉동만두는 구워서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고 개인적으로는 판단합니다. 단 진짜 군만두라야 하죠. 언젠가부터 우리는 튀김만두를 군만두로 착각하고 있다. 이 비극적 착각은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탕수육 등 상대적으로 비싼 요리를 배달 주문하면 서비스로 군만두를 공짜로 끼워줬습니다. 제대로 돈 받지 못하는 메뉴로 전락하니 이전처럼 중식당에서 직접 만두를 빚지 않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만두를 사다 썼습니다. 시간을 들여 정성껏 굽는 대신 기름에 훅 밀어 넣어 후딱 튀겨내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굽지 않고 튀겨냈으니 당연히 튀김만두이지만, 오랫동안 불러온 대로 그냥 군만두라고 팔고 주문하다 보니 튀김만두를 군만두로 잘못 알게 된 거죠.

진정한 군만두는 위는 찐만두처럼 촉촉하니 부드럽고, 바닥은 노릇노릇 바삭해야 합니다. ‘위촉바삭(위는 촉촉 바닥은 바삭바삭)’이랄까요. 이렇게 군만두를 구우려면 아래 레시피대로 하면 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 참조하세요.

완벽한 군만두 굽는 법

냉동만두 1봉지, 식용유, 물, 뚜껑 있는 프라이팬

  1. 프라이팬을 센불에 올리고 충분히 달군다.
  2.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다. 프라이팬 표면을 남김없이 코팅하도록 돌려준다.
  3. 중불로 줄인다. 냉동만두를 하나씩 프라이팬에 놓는다. 만두가 서로 달라붙지 않게 띄워준다.
  4. 만두를 바닥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5분쯤 굽는다.
  5. 만두를 뒤집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 물을 1/3~1/2컵쯤 프라이팬에 붓고 뚜껑을 덮는다.
  6. 프라이팬 바닥에 물이 모두 사라지고 만두 윗부분이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익으면 불을 끈다.
  7. 군만두가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시에 옮겨 담는다.
새우 군만두 상추쌈./김성윤 기자

냉동만두를 맛있게 먹는 색다른 방법 하나 소개할게요. 바로 쌈 싸먹는 겁니다. 냉동만두를 굽거나 튀겨서 상추에 싸서 먹어보세요. 의외로 아주 맛있습니다. 상추가 기름기를 싹 씻어주면서 상쾌하고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줍니다. 광주광역시 등 전라도에 있는 분식집에 가면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 ‘상추튀김’이 있습니다.

굽거나 튀긴 냉동만두를 상추 대신 양상추로 싸 먹어도 맛있어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춘권이나 짜조를 양상추에 싸 먹잖아요. 여기에 ‘스리라차’를 조금 치면 맛이 완전히 살아납니다. 태국에서 탄생한 매운맛 소스 스리라차는 요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스리라차가 없으면 스위트칠리소스에 타바스코를 넣어 대신해도 됩니다.

아래 레시피는 송영미·김정현 모녀가 펴낸 ‘이토록 쉬운 미식 레시피’(레시피팩토리)에서 빌려왔습니다. 소문난 미식가이자 이탈리아·퓨전 레스토랑 2곳을 운영했으며 ‘남자들의 요리’라는 남성 전용 요리수업을 진행했던 남편 고(故) 김승용씨와 아내 송영미씨, 딸 김정현씨가 함께 개발한 레시피를 모았습니다. ‘남자의 요리는 쉽고 폼 나고 술안주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김씨의 지론에 충실한 요리책입니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맛있으니 꼭 만들어 드셔보세요.

새우 군만두 상추쌈

  1. 시판 새우만두 16개(300g), 상추 16장, 식용유 1큰술, 스리라차 소스 약간
  2. 프라이팬을 달군다. 식용유를 두르고 새우만두를 넣어 중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15분 굽는다.
  3. 상추를 큰 접시나 도마 등에 겹치지 않게 놓는다.

*구운 새우만두를 상추에 하나씩 얹고 스리라차 소스를 곁들여 낸다. 스리라차 소스가 없으면 시판 스위트칠리소스에 타바스코를 듬뿍 넣어 대신해도 된다.

*프라이팬에 굽지 않고 에어프라이어를 써도 된다.

*레시피=’이토록 쉬운 미식 레시피'(레시피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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