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풀레넥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에 선정된 스타 레스토랑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현장 발표를 하지 않고 온라인 발표로 대신했다./미쉐린 코리아

많은 요리사가 소망하는 별, ‘미쉐린 스타’가 최근 발표됐다. 레스토랑 평가·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을 발간하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은 이날 가이드에 선정된 레스토랑을 공식 발표했다. 최고 영예인 별 3개를 획득한 식당이 2곳, 별 2개 식당이 7곳, 별 1개 식당이 23곳 등재됐다. 새롭게 별을 획득한 식당은 4곳. 일식당 ‘무니’와 ‘미토우’, 현대식 프랑스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와 ‘세븐스도어’가 각각 1스타를 얻었다. 3스타와 2스타는 지난해와 차이가 없었다.

4곳이 새롭게 미쉐린 스타를 받았지만, 전체 스타 레스토랑 개수는 31곳으로 지난해보다 하나 늘었다. 모든 관심이 새롭게 별을 획득한 식당에 쏠린 사이, 조용히 별을 잃고 사라진 식당이 3곳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당이 왜 미쉐린 스타를 잃었을까.

올해 별을 잃은 식당 3곳은 ‘곳간’ ‘다이닝 인 스페이스’ ‘도사’이다. ‘사대부가 한식’을 표방하는 곳간은 2019년판에서 별 1개로 강등되기는 했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에 처음 진출해 발간한 2017년판(2016년 발간)부터 4년 연속 유지해오던 별을 잃었을 뿐 아니라 가이드에서 아예 빠졌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을 내던 ‘다이닝 인 스페이스’는 지난 3월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미쉐린 가이드의 심볼 '빕 구르망'./미쉐린 코리아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 세계 각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스타 셰프 백승욱(아키라 백)씨가 운영하는 ‘도사’는 ‘플레이트(Plate)’ 등급으로 강등됐다. 미쉐린 가이드는 별 등급 아래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쉽게 말해 가성비 뛰어난 식당을 뜻하는 ‘빕구르망(Bib Gourmand)’과 그 아래 맛있는 식당에 주어지는 플레이트 등급이 있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에는 빕구르망 60곳, 플레이트 86곳이 선정됐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원칙에 따라 이 식당들이 별을 잃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스펙터(inspector)’라 부르는 검사원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식당을 방문해 음식을 맛보는 검증 과정을 거쳐 수준에 합당한 별이나 등급을 부여한다는 것. 미쉐린 관계자는 “한식을 하는 식당이라고 해서 선정되는 데 더 유리한 점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미쉐린 가이드의 선정 기준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음이 감지된다”는 이들이 많다.

그동안 미쉐린 가이드는 한식을 내는 식당에 후한 편이었다.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획득한 ‘가온’과 ‘라연’ 둘 다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른바 ‘모던 한식’의 선두에 있는 식당들이다. 별 2개를 받은 식당 7곳 중에서도 ‘권숙수’ ‘모수' ‘밍글스’ ‘정식당’ 등 4곳이 한식 계열로 분류된다. 이번에 별이 떨어진 3곳은 모두 한식을 바탕으로 하는 식당이다. 빕구르망에서 빠진 식당 4곳도 대만식 우육면을 하는 ‘우육미엔’을 제외하면 ‘목천집(앵콜칼국수)’과 ‘오통영’ ‘한일관’ 등 3곳이 한식 계열이다.

새롭게 별을 획득한 식당 중에서는 일식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식과 현대식 프랑스 음식을 하는 식당이 똑같이 2곳씩 선정됐다. 이미 별을 받은 프랑스 음식점은 2020년판 기준 최소 6곳으로, 미쉐린이 프랑스 음식점으로 분류하지 않았으나 프랑스 요리를 기반으로 하는 레스토랑까지 합치면 10여 곳이다. 반면 일식은 스시 전문점 ‘코지마’(2스타)를 제외하면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일식당이 이번에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년판./미쉐린 코리아

이러한 변화에 대해 외식업계에서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식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버린 듯하다”고 본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왔다. 미쉐린 가이드는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 진출할 때 해당 국가 정부 또는 기업과 지원 계약을 맺었다. 한국 등 여러 국가가 자국판 미쉐린 가이드를 내려는 이유는 관광 산업 활성화다. 음식을 통한 해외 관광객 유입에 미쉐린 가이드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와 관광공사의 계약은 5년 만기로, 올해 끝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은 너무 한식·한식당에 쏠린 느낌”이라며 “한식 세계화와 관광 활성화를 어젠다로 가지고 있는 관광공사의 금전적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는 이상 식당 종류의 균형과 다양성을 맞출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한 레스토랑 컨설턴트는 “현재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은 ‘서울에는 한식당 외에는 훌륭한 식당이 없다’는 왜곡된 인상을 외국인에게 줄 수 있다”며 “한식뿐 아니라 프랑스·이탈리아·일본·중국·베트남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미식 도시 서울의 현실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