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프랑스 레스토랑 '윌로뜨'의 애피타이저. 숙성 광어를 금귤 식초에 살짝 재워 금귤과 함께 접시에 올렸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유명 연예인 집 인테리어 많이 하기로 유명한 디자이너 조희선(52·사진)씨는 지난해 서울 망원동 골목길에 있는 연립주택을 개조한 건물 반지하로 사무실을 옮겼다. “네임밸류(name value·이름값)도 있는데 왜 허름한 동네 반지하로 갔냐는 얘기도 들었어요. 제대로 일 할 수 있으면 되지, 허황된 동네 이름이 무슨 소용인가요. 단골 식당을 고르는 기준도 마찬가지예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희선./조선일보DB

그가 단골로 삼는 식당은 본질에 충실하다. “맛과 서비스는 물론 인테리어도 훌륭한 곳들입니다. 하지만 돈을 많이 쓴 비싼 공간이 아니라 안목과 취향, 정성으로 꾸며진 가게들입니다. 유명해진 뒤에도 프랜차이즈·분점을 내거나 더 큰 장소로 옮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는 주인들이죠.”

누구나 알지는 못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아보는 진정성 담긴 공간, 소셜미디어(SNS)에서 뜨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묵묵히 만드는 요리사가 있는 식당 4곳을 조희선씨에게 추천받았다.

윌로뜨

“어떤 유명한 셰프가 준비한 값비싼 요리보다 큰 감동이 있는 음식을 맛본 레스토랑입니다. 서울 강남에 일이 있으면 꼭 찾는 맛집입니다. 이곳 셰프가 그렇게 업계에서 인정받는 분인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국내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이승준 셰프는 무작정 요리를 해야겠다며 프랑스로 갔다. 요리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이력통 200통을 프랑스어 필기체로 써 보낸 정성이 통했는지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다. 이후 18년간 프랑스에서 파리 하얏트 방돔 호텔 등 최고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이력을 쌓았다.

“자연스러운 프랑스 요리를 추구한다”는 목표답게 정교한 테크닉으로 섬세하게 만드는 요리지만 손님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편안한 맛이다. 식당 양 옆면 커다란 통창으로 햇살이 가득 스며드는 데다 실내에 식물 화분이 여럿 놓여 쾌적하면서도 아늑하다. 일본 도쿄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듯한, 여성 손님들에게 특히 사랑받을 듯한 분위기다.

점심과 저녁 모두 코스 메뉴만 있다. 싸달 수는 없으나 음식에 들이는 공력과 코스 구성, 위치를 고려하면 가성비가 훌륭하다. 런치코스 5만9000원, 디너코스 13만5000원.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8길16 4층.

서울 청담동 프랑스 레스토랑 '윌로뜨'./조시온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당도

“이탈리아 출장 가면 동네마다 젤라토 맛집이 있는데, 사무실이 있는 망원동에도 이런 보석 같은 젤라토 가게가 있다는 게 제게는 소소한 행복입니다. 맛보기 젤라토 2가지를 주문한 젤라토 위에 얹고 스푼 2개를 꽂아서 토끼 귀 모양으로 장식해줘요. 이렇게 스푼으로 장식해주면 시간도 비용도 더 들 텐데 이 가격을 받아도 되나 걱정이 되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일반 소비자와 다른 관점에서 이런 것까지 보게 되나 봐요.”

‘최대한 좋은 재료를 써서 깨끗하게 만들기’라는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지향점을 가진 젤라토 전문점이다.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아 내리다가 잡미를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진다. 소금 맛을 가장 많이 주문하지만 모든 맛이 두루 잘 나간다.

젤라토 컵·콘 3900원(2가지 맛), 젤라토 포장박스 1만8000원(3가지 맛). 서울 마포구 포은로 106지번망원동 414-16.

헤키

“사무실 코앞이지만 운 좋아야 먹을 수 있는 맛집이죠. 육즙이 그대로 느껴지는 돈가스도 훌륭하지만, 벽에 그림을 빼곡히 걸어놓은 점이 제게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유명 화가 작품의 카피가 아닌, 신진 작가인지 아직 공부하는 학생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품(眞品) 그림을 걸었다는 건 식당 주인이 취향 내지는 안목을 갖춘 분이라는 걸 말해준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국내 최고 육질의 돼지고기를 자체 개발한 숙성 노하우로 숙성해 사용한다. 씹으면 육즙이 뿜어져 나오면서 감칠맛이 입안 가득 찬다. 히말라야 소금과 트러플(송로버섯) 오일이 돈가스 맛을 극대화한다. 히레카츠정식 1만2500원, 상로스정식 1만6000원, 모둠카츠정식 1만4000원.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7길38 1층.

구내식당

“어머니가 음식 만들고 딸이 서빙하는, 말 그대로 동네 구내식당 같은 곳입니다. 업사이클링한 테이블 등 돈 들이지 않고 소소한 제품으로 빈티지하게 꾸민 편안하고 부담 없는 인테리어 감각이 음식 맛이나 서비스만큼 훌륭합니다. 꽤 큰 개가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니 참고하세요.”

엄마가 차려준 집밥 같은 맛이라 혼밥하는 이들에게 인기 많다. 오늘의 정식 8000원, 제육덮밥 9000원, 두부와 제육 1만8000원, 계란말이 1만원. 마포구 월드컵로19길 74 어쩌다가게 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