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떡볶이 코트’라는 이름으로 중고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했던 더플코트가 돌아오고 있다. 날씨는 급격히 추워졌는데 롱패딩은 유행이 지났고 보통 코트는 너무 말쑥하다. 그 사이에서 남녀 모두 두꺼우면서도 경쾌한 더플코트를 찾는 것이다.
재킷만 있고 외투는 없는 한국 교복의 방한복으로 어떻게 더플코트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반짝하고 사라진 더플코트는 ‘교복’이라는 이미지를 남겼고, 이 옷을 입는 남자들이 학창 시절에 시계가 멈춰버려 나잇값 못 한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지금 더플코트는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의 단골 화제 중 하나다. “더플코트 입으면 고등학생 같은가요?”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어울리나요?” 같은 글이 숱하게 올라온다. 개점 전부터 주요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던 유니클로와 질 샌더의 올해 협업 컬렉션에서 이달 초 판매 시작 1시간 안에 대부분 사이즈가 매진된 대표 아이템도 남성용 더플코트였다.
커버낫, 서스데이 아일랜드, 빈폴 같은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이 더플코트를 선보였고 후미토 간류나 언더커버 같은 해외 고급 브랜드들도 올해 FW(가을·겨울) 패션쇼 무대에 더플코트를 올렸다. 삼성물산은 올가을·겨울에 “과거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고전적 디자인이 사랑받을 것”이라면서 더플코트를 유행 품목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더플코트는 상반된 느낌의 옷이다. 투박하고 탄탄하지만 넉넉한 실루엣 때문에 여유로운 느낌도 난다. 지난 8월 방영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체어’에서 유색인종 여성 최초의 명문대 영문학과 학과장을 연기한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이 옷을 자주 입은 것은 더플코트에서 아이비리그의 지적 분위기도 묻어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는 이 외에도 디테일(세부 요소)에서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허리춤까지 기장을 줄이거나 운동복 느낌의 조거팬츠에 매치해 가벼운 느낌을 강조하고, 본래 나무나 뿔로 만드는 토글(고리에 걸어 여미는 단추)을 금속으로 만들어 현대적 느낌을 낸다. 모포처럼 두꺼운운 모직물 대신 캐시미어처럼 고급스럽고 섬세한 소재를 쓰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더플코트의 귀환을 다룬 최근 기사에서 “소재나 마감, 실루엣을 바꿔 가며 업데이트하기 쉬운 아이템”이라면서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백지와 같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