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22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1 아메리칸 뮤직어워즈’에서 아시아 출신 첫 대상 포함, 무려 3관왕에 오르며 전 세계 음악사를 다시 쓰는 동안 또 한 명의 한국인이 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으며 BTS를 연신 뜨겁게 호명한 인기 여성 래퍼 카디 비(Cardi B)를 주목했던 이들이라면 눈치 챘을 수도 있다. 평소에도 패션쇼 런웨이 무대 같은 화려한 패션을 즐기는 그녀답게 시상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양한 드레스로 신비롭고 파격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카디 비.
BTS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이날 “수상 축하한다”며 열렬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마지막 레드카펫에서 한국인의 의상을 택했다. ‘미스소희’. 바로 영국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박소희의 의상이다.
이날 ‘페이보릿 힙합 송’ 부문을 수상할 당시 노란빛이 도는 의상으로 글래머러스한 발랄함을 뽐냈던 그녀는 수상자들이 최종 트로피를 들고 찍는 레드카펫에서 그녀가 평소 좋아하는 ‘미스소희’의 2021 FW의상으로 고혹적인 비너스 같은 느낌을 표현했다.
BTS 열혈 팬으로 알려진 카디비의 딸의 에너지를 더해 이날 BTS 팬들을 들썩이게 하며 시상식의 문을 열었던 카디비는 한국 디자이너 의상으로 피날레를 찍으며 이날의 화려함을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미국 OK 매거진은 이날 미스소희 드레스를 카디비의 ‘최고의 의상’으로 꼽았다.
카디비는 황금빛 마스크와 검은 베일로 등장한 블랙 스키아파렐리 드레스로 강한 인상을 남긴 뒤, 크리스티안 시리아노의 검은 벨벳 드레스로 관능미를 발산하고, 루이비통 러기지 위에 앉는 과감함으로 여왕의 모습을 뽐냈다. 또 알렉상드르 보티에의 깃털 장식으로 마치 무도회에 온듯 시상식 분위기를 최고조로 달구고 장폴 고티에의 노란빛 드레스와 레바논 출신 디자이너 장 루이 사바지의 보라색 드레스까지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해 판을 키웠다.
미 CNN은 “카디비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의상의 여왕”이었다면서 “시상식 호스트다운 초현실적인 접근으로 시상식 분위기를 띄웠다”고 말했다.
카디비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소희 디자이너(25)는 런던의 패션 명문 디자인 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CSM) 출신. 그의 졸업 작품이 패션 지에 실린 뒤 지난해 말 미 음악 전문지 빌보드에서 ‘올해의 여가수’로 뽑힌 카디비가 화보를 위해 ‘찜’한 옷이 박씨의 작품이었다. 이후 카디비는 물론, 아리아나 그란데 등 팝스타에게 사랑받는 의상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