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을 헤치고 화사하게 피어난 꽃으로 자신의 미래를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걸까. 7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국민 승리 연설장에 함께한 질 바이든 여사의 꽃무늬 원피스가 카메라 플래시에 만개했다. 당선인 발표 이후 첫 공식 석상이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였다. 그가 선택한 검은 바탕에 붉은 꽃잎이 수놓인 비대칭형 원피스는 붉은색 구두, 검은 마스크와 조화를 이뤘다. 교육자로서 대중 앞에 설 때는 주로 단색 투피스나 재킷 정장, 활동하기 편한 랩 드레스를 선택했지만, 대외적인 행보를 보일 때는 화려한 꽃무늬나 레이스, 롱드레스 등으로 ‘힘’을 줬던 그다.
질 바이든의 원피스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인 ‘오스카 드 라 렌타’ 의상.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이민자인 오스카 드 라 렌타(1932~2014)가 선보인 패션 브랜드로, 1960년대 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입은 이후 낸시 레이건, 힐러리 클린턴, 로라 부시 등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가깝게 지내며 역대 영부인의 주요 행사 의상을 제작했다. 2015년 말부터는 한국계 캐나다인 디자이너 로라 김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페르난도 가르시아가 이 브랜드의 총괄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미국 보그 등 해외 매체들은 이번 의상이야말로 질 바이든이 보여줄 완벽한 ‘패션 정치’의 예고편으로 추켜세우고 있다. 미국 이민자에 의해 탄생했고, 미국 이민자의 손으로 명성을 이어가는 미국의 고급 브랜드를 통해 다양성, 인종차별 금지 같은 소신을 드러내면서 ‘선배’ 영부인에 대한 존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하퍼스 바자에 따르면 질의 의상은 유명 온라인 숍인 ‘더 아웃넷’에서 하룻밤 사이 ‘완판’되는 기록을 남겼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 8월 18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지 연설에선 미국에서 촉망받는 디자이너인 브랜든 맥스웰의 짙은 녹색 원피스를 선택한 바 있다. 브랜드 맥스웰은 조 바이든을 공개 지지한 레이디 가가 등 팝 스타들이 자주 입어 화제가 된 디자이너.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뉴욕 출신의 젊은 게이 디자이너의 의상을 통해 이를 지지한다는 정치적 소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했다. 또 무릎 위 길이 부츠 안쪽에 ‘투표하자(VOTE)’라고 새겨놓은 미국 디자이너 스튜어트 와이츠먼의 신발을 선택해 젊은 층을 열광케 했다.
그동안 미셸 오바마가 중저가 패션과 고급 의상을 고루 소화하며 미국 패션계의 ‘구원자’로 주목받았다면, 질 바이든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사상 첫 ‘투잡(Two-job)’ 퍼스트레이디로서 패션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사상 첫 여성 부통령 당선인인 카멀라 해리스 역시 승리 연설장에서 ‘여성 참정권’을 상징하는 흰색 정장을 입으면서, 백악관발(發) ‘패션 정치’가 두 축을 이루며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