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분에 페어아일 무늬가 들어간 니트를 비슷한 톤의 바지와 매치했다. /바버샵.

공기가 차가워지는 가을은 니트(knit·뜨개질해서 만든 옷)의 계절. 스웨터나 카디건은 남자의 가을 필수품이다. 그러나 멋스럽게 입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본에 해당하는 옷에도 해마다 조금씩 변화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멋지게 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선 감색이나 회색이 대부분이었던 스웨터·카디건의 색깔이 올가을 다채로워지고 있다. 예를 들면 빨강 중에서도 밝은 다홍색, 녹색 계열에선 파스텔톤의 민트색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색상들이 눈에 띈다. 남성복 편집숍 ‘바버샵’의 황재환 대표는 “보라색이나 노란색 계열이 요즘 강세”라면서 “발랄한 스트리트 캐주얼(길거리 패션)이 널리 영향을 미치면서 남성복 색상도 과감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트 안에 보라색 스웨터를 받쳐 입은 모습. 어두운 웃옷과 대조를 이루도록 밝고 화사한 니트를 선택하면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바버샵

한국 남자들의 웃옷은 대체로 색상이 어둡다. 재킷과 대비가 되도록 스웨터·카디건을 화사한 색으로 고르면 자칫 우중충해지기 쉬운 옷차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화사한 색이 부담스럽다면 아이보리(상아색) 같은 스웨터를 셔츠 대신 입는 방법도 있다. 셔츠보다 한결 편안하면서도 차분해 보인다.

몸에 꼭 맞추기보다는 한 치수 정도 넉넉하게 입는 남자들이 늘어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과장된 ‘박스핏’이나 ‘오버사이즈’와는 다른 것으로, 남성복의 실루엣이 다시 조금씩 풍성해지기 시작한 최근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 특히 외투 없이 니트만 입을 땐 살짝 여유로운 바지와 스웨터·카디건을 톤온톤(비슷한 색조의 다른 색을 배치하는 것)으로 연출하면 튀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난다.

색은 화려해지고 실루엣은 여유로워진 올 가을 남자 니트. /바버샵

옷차림을 할 때 색깔과 모양만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질감이나 무게감의 조화다. 재킷 안에 스웨터·카디건을 받쳐 입을 때도 마찬가지다. 얇고 매끈한 니트에는 가벼운 재킷이, 올이 굵은 니트에는 보통 트위드처럼 두껍고 까슬까슬한 재킷이 어울린다. 이런 차림에 넥타이를 한다면 울(모직)이나 니트처럼 도톰한 소재가 좋은 선택이 된다. 수트보다 간소하지만 캐주얼보다는 진지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코트 안에 숄 칼라 카디건을 입고 깃을 세워 목도리를 두른 듯 연출한 모습. /바버샵

좀 더 과감한 스웨터·카디건도 시도해볼 만하다. 기하학적 무늬가 반복되는 ‘페어아일 니트’, 뜨개질한 방법에 따라 특유의 마름모꼴 짜임이 굵게 나타나는 ‘아란 니트’ 같은 것들이다. 각각 원산지인 스코틀랜드 페어아일섬과 아일랜드 아란섬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목에 숄(shawl)을 두른 듯한 ‘숄 칼라’ 카디건은 단추를 열거나 한두 개만 잠그고 재킷처럼 입기도 한다. 코트 안에 숄 칼라 카디건을 입고 깃을 세우면 목도리를 두른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